경기의 흐름에 관해 날마다 수많은 통계가 쏟아져 나오지만 이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들라면 그건 금리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정부나 빚을 지지 않고 사는 존재는 없고 금리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이들이 갚아야 할 이자의 액수도 달라진다. 모두에게 영향이 있는 수치인 것이다.
기업 대출이자를 좌우하는 우대금리 등은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결정하는 단기금리에 따라 결정되지만 일반인들이 주택구입 시 이용하는 고정 모기지는 시장이 결정하는 장기금리에 따라 정해진다.
미국에서 장기금리의 기준이 되는 것은 10년 만기 연방국채의 수익률이다.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면 채권 가격이 올라가고 그 결과 수익률은 하락한다. 반대로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면 가격은 하락하고 수익률은 올라간다.
이 국채 수익률은 직접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제의 방향을 가리키는 중요한 지표다. 향후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거나 침체의 조짐이 보일 때 투자가들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며 이는 연방국채의 수요를 늘려 수익률 하락을 가져온다. 반대의 경우 수익률은 올라간다. 쉽게 말해 경기가 좋을 것 같으면 수익률은 올라가고 나쁠 것 같으면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클 경우 예외적으로 장기금리 수익률이 단기 이하로 내려가는 수도 있다. 오래 돈을 묶어두는 장기채는 단기채보다 금리가 높은 것이 정상이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강할 경우 투자가들은 이자 수익보다 안전을 우선시하게 되고 이럴 경우 금리 역전이 일어나게 된다. 지난 30년간 한 번도 예외없이 불황을 예고해온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올 초 일어나자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 경기침체를 전망했고 미국민 과반수도 이에 동의했다.
그런데 이런 우려가 최근 들어 조금씩 가시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년 만기와 3개월 만기 수익률을 모두 넘어섰기 때문이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올 여름 1.4%대까지 떨어졌던 10년 국채 수익률은 최근 1.9%대까지 올랐다 현재 1.8%를 유지하고 있다.
연방국채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과 일본 엔화도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고 수개월째 마이너스이던 프랑스와 벨기에 등 일부 유럽 국채 수익률은 플러스로 바뀌었다. 9월 온스 당 1,500달러를 넘어서며 6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던 금은 최근 4% 하락했다.
이렇게 된 것은 세계 경기를 위협해온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유럽을 불안하게 했던 타협안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탈퇴 방식을 놓고 격론을 벌이던 영국의회는 오는 12월 총선거로 이 문제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경기침체를 예방하기 위해 3차례 단기금리 인하를 단행한 FRB가 현재 경기가 더 이상 금리 인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당분간 추가 금리인하가 없다고 밝힌 것도 투자가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미국은 일단 이달부터 부과하기로 했던 중국물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유예했는데 미국과 중국이 화해 무드로 돌아선 것은 역설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한 몫을 했다.
이대로 가면 내년 불황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트럼프 재선이 위험해 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 중국 기조를 누그러뜨렸다. 중국도 고율 관세로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서 이를 타개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양쪽의 입장이 맞물리면서 1차 스몰딜 타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이 500억 달러의 미 농산품을 사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중국은 이를 확인해주지 않고, 중국이 1차 딜 타결과 함께 미국이 이미 부과한 고율 관세를 철회한다고 발표하자 트럼프가 이를 즉각 부인하는 등 아직도 삐걱대는 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판을 깨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럴 경우 양측이 입을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경기는 정치와 마찬가지로 생물이라 부단히 변화한다. 무엇보다 현재 타결이 예상되는 미중 무역협상이 깨질 경우 투자가들의 낙관 무드는 급속히 바뀔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 8월 이후 주가와 채권 수익률의 지속적인 상승은 내년 불황에 대한 우려가 많이 줄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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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