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단체들 “송년회 시즌 예년 같지 않네”

2019-11-15 (금)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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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침체로 속앓이 일부 한인 협회들 행사 취소·축소·소규모 회식으로 대체

▶ 특수 기대했던 호텔업계선 실망 눈치

경제단체들 “송년회 시즌 예년 같지 않네”

올해 송년모임을 취소하는 한인 경제단체들이 늘어나면서 한인 경제의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실감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한 한인 경제단체 송년회의 모습.

LA 한인 경제단체들의 송년모임이 오는 12월 초부터 연이어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올해 송년모임을 열지 않는 경제단체들이 늘어나면서 송년모임의 개최 여부를 놓고 한인 경제단체들 사이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14일 한인 경제단체들에 따르면 경제단체들의 송년모임이 12월 초부터 연이어 열린다. LA 한인 경제단체 중 가장 먼저 송년모임을 개최하는 곳은 LA 한인무역협회(옥타 LA)와 한인봉제협회다. 두 단체 모두 오는 12월5일 송년모임을 개최한다. 이어 6일에는 남가주부동산협회, 9일 가주한미식품상협회, 10일 가주한인건설협회가 각각 송년모임을 개최한다.

11일과 12일에는 한인보험재정전문인협회와 남가주한인공인회계사협회의 송년모임이 열리며, 15일에는 가주뷰티서플라이협회가 송년모임을 연다. 17일 LA한인상공회의소의 송년모임을 끝으로 주요 한인 경제단체들의 송년모임 시즌도 마감될 예정이다.


대체적으로 올해 한인 경제단체들의 송년모임은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축소했다는 게 경제단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일부 경제단체를 제외하고는 송년모임 개최가 마냥 즐겁지만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규모가 있는 경제단체의 경우 그나마 상대적으로 재정 상황이 넉넉해 한인타운을 벗어난 장소에서 송년모임을 열 수 있지만 대부분의 한인 경제단체들은 송년모임 준비에 재정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경제단체 사무국장은 “솔직히 연말행사를 여는 것이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단체의 대외 이미지 때문에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마음 같아서는 호텔 보다는 한인회 대회의실을 빌려 열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인타운 내 호텔을 빌려 송년모임을 개최하려면 호텔 임대료 7,000~8,000달러 수준. 여기에 선물 비용 기타 경비를 포함하면 1만달러는 족히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년모임의 비용 부담을 느끼는 경제단체들은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송년모임을 개최하는 경제단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올해 송년모임을 열지 않는 경제단체들은 내색하지 않지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자바시장에 뿌리는 두고 있는 한인의류협회와 미주한인섬유협회의 ‘송년모임 건너뛰기’가 두드러진다. 예년에 없던 현상이다.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재정부족이다. 자바시장의 경기 침체가 깊어지면서 회원사들의 이탈과 함께 이사진의 수가 부족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송년모임을 개최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진 탓이다.


미주한인섬유협회 베니 김 회장은 “원단업계의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보니 폐업하는 회원사들이 있는 상황에서 대외적인 송년모임 개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협회의 중론”이라며 “대신 회원사간에 내실을 다지는 소형 모임으로 대체할 계획을 갖고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남가주한인세탁협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업계의 경기 부진이 올해 송년모임을 건너뛰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한인타운 내 호텔업계도 실망하는 눈치다.

한인 은행들도 올해는 전체 직원이 모이는 대형 송년 모임보다는 부서별로 연말 회식을 가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남가주에 본점을 둔 6개 한인은행 중 1개 은행만 전체 송년모임을 확정했을 뿐 나머지 5개 은행은 부서별 모임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부터 순익이 감소하면서 한인은행들이 본격적인 긴축경영에 들어간 여파가 연말 모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한인 호텔 관계자는 “경제단체들의 송년모임의 규모가 해마다 줄어들어 5년 전에 비해 20~30% 정도 축소됐다”며 “이에 따라 호텔의 연말 특수도 예년 같지 않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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