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멀쩡한데 장애인 주차 버젓이…얌체족 기승

2019-11-12 (화)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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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 장애인주차증 사용...DMV 오남용 단속서 4개월간 707명이나 적발

▶ 압수·최고 1천달러 벌금

멀쩡한데 장애인 주차 버젓이…얌체족 기승

LA 한인타운에서 경찰이 장애인 주차카드 단속을 벌이고 있는 모습. 현장에서 주차카드의 유효 여부를 조회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중증 장애 노모를 모시고 다니는 한인 최모 씨는 LA의 한 상가에 갔다가 주차공간을 찾지 못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노모를 모시고 급히 가야 할 곳이 있었지만, 장애인 주차구역에 빈자리가 없었던 것. 그러던 중 한 장애인 주차공간에 주차돼 있던 차량의 운전자가 단속요원에 의해 적발되는 광경을 목격했다. 건장한 40대 남성이 친척의 장애인 주차카드를 대신 사용했던 것으로 보였다. 최씨는 괜히 부아가 치밀었다.

LA를 포함한 캘리포니아에서 장애인 주차카드(Disabled Person Parking Placard) 오남용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보다 쉽고 편리한 주차를 위해서, 주차 요금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서 등의 이유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발급된 장애인 주차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당국은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차량국(DMV)은 지난 10월에도 장애인 주차카드 단속을 벌인 결과 검문한 차량 1,419대 중 109대의 운전자를 오남용으로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LA에서도 42대 중 7대가 적발됐다며, 이들은 경범죄가 적용돼 장애인 전용 주차카드를 압수당하고, 범칙금으로 최소 250달러 최대 1,000달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DMV에 따르면 올 하반기가 시작된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캘리포니아에서 707명이 적발됐다. 콘서트, 축제 등 인파가 몰리는 행사에서 적발이 더욱 늘어났다.
DMV는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22일까지 LA 인근 포모나에서 열린 ‘LA카운티 페어’에서 대대적인 장애인 주차증 단속을 벌여 254명을 적발했다. 또한 8월 남가주 팜스프링스 동쪽 인디오에서 열린 유명 음악 축제인 ‘코첼라’와 ‘스테이지코치’에서도 각각 94명, 78명을 적발했다.

DMV는 수년 전부터 단속을 강화했다.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1,987대를 적발했는데, 단속이 강화되기 전인 3년 전(2015년 7월~2016년 6월) 적발건수인 738대와 비교해 3배로 증가한 숫자다.

장애인 주차카드는 반드시 발급받은 본인만 사용할 수 있으며, 대여 또는 취소된 장애인 주차카드 사용은 금지된다. 그러나 DMV 측은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법을 어기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필요한 이들이 되레 주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장애인 주차카드 발급대상 장애는 눈으로 확인되는 신체 결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장애인들은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일 뿐 아니라, 오남용이 많아진 상황에서 되레 오해를 받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LA 카운티에 살고있는 한인 이모 씨는 “아버지가 중증 장애로 장애인 주차카드를 사용하는데, 장애인 주차구역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다, 외관상 눈에 띄는 신체결함은 없어 종종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해도 오해를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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