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자기술로 미래 먹거리 선점”… EU, 양자 프로젝트 추진

2019-10-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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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도전장…10년간 1조3천억원 투입

“양자기술로 미래 먹거리 선점”… EU, 양자 프로젝트 추진

위르겐 믈뤼넥 양자 플래그십 전략자문위원회(SAB) 의장 [SK텔레콤 제공]

"양자기술이 열 세상은 공상과학이 아니다. 현실이다."

17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EU(유럽연합) 양자 플래그십(Quantum Flagship) 콘퍼런스에 참석한 기업과 대학, 정부 관계자들은 양자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위르겐 믈뤼넥 양자 플래그십 전략자문위원회(SAB) 의장은 이 자리에서 "양자 기술을 기반으로 새 기기와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2차 양자혁명의 새벽'"이라고 현재를 평가하고 "이제 큐비트(qubit·양자컴퓨터의 정보처리 단위)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면서 기술 발전에 대한 EU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지난해 EU는 2028년까지 10년간 총 10억유로(약 1조3천억원)를 투자해 '제2의 양자혁명'을 이끈다는 계획을 내놓고, EU 산하 기구로 '양자 플래그십'을 조직했다.

양자 플래그십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인 알리나 히어쉬만 박사는 "유럽 전역의 학계, 산업계의 양자 기술 전문가 5천여명과 각국의 정부 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며 "통신, 컴퓨팅, 센싱, 시뮬레이션 등 총 4개의 양자 응용 분야를 육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EU가 양자 플래그십의 출범을 준비해 온 것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8월 '양자기술 자문위원회'를 설립해 유럽의 양자기술 발전을 위한 장기 실행 로드맵과 거버넌스 등을 EU에 제안토록 했다. 그해 11월에는 연구 자금을 조성하기 시작했고 작년 10월에는 20개 연구 프로젝트를 지정해 총 1억3천만유로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EU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플래그십은 올해 실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첫 프로젝트는 유럽 주요국에 양자암호 시험망을 구축하는 사업(OPEN QKD·오픈 양자키분배)이다. 이 프로젝트의 1위 공급사로 SK텔레콤의 자회사인 IDQ가 선정됐다.
“양자기술로 미래 먹거리 선점”… EU, 양자 프로젝트 추진

[SK텔레콤 제공]


카릴 로하나 EC(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통신 콘텐츠 기술 담당은 "2차 양자혁명에서 유럽이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면서 "미래를 위해 양자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디지털 산업과 바이오·헬스, 기후·에너지 등 다양한 곳에 양자 기술을 응용할 것"이라며 "단기간이 아닌 긴 호흡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자기술로 미래 먹거리 선점”… EU, 양자 프로젝트 추진

카릴 로하나 EC 통신 콘텐츠 기술 담당 [SK텔레콤 제공]


EU가 양자 플래그십 기구를 출범시킨 것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수년간 양자 컴퓨팅과 양자암호통신 등 양자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 국회는 5년간 12억달러를 양자 컴퓨팅 기술에 투자한다는 내용의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안'을 마련했다. 양자기술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국가 양자 조정 사무소'와 백악관에 양자 산업 정책에 대해 제안하는 '자문 위원회'도 신설됐다.

중국은 2017년 베이징에서 상하이에 이르는 2천㎞ 구간에 양자암호통신 망을 구축했으며 2016년 세계 첫 양자암호통신 위성 '묵자'(墨子) 호를 발사했다. '양자컴퓨터 연구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내년까지 총 10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양자 정보통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는 전무한 실정이다. 양자기술 개발과 관련 산업의 진흥에 대한 내용을 담은 법률 제정이 앞서 두 차례 추진된 바 있지만,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16일에는 양자 산업의 육성과 지원을 위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또 발의됐다.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양자산업 발전을 위한 법률적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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