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대사관저 경비 강화…기동대 추가배치·핫라인 구축

2019-10-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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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스 대사, 트위터에 “대처 잘해준 경찰에 감사”

▶ 연행된 대학생 19명 중 9명 구속영장 신청, 나머지 석방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이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 난입해 농성을 벌인 사건을 계기로 대사관저 경비가 대폭 강화됐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대사관저 난입 사건 이후 대사관저 안전관리와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은 대사관저에 경찰관 기동대 1개 중대(약 80명)를 추가 배치했다. 기존에는 의경 2개 소대(약 30명)가 대사관저 경비를 맡아왔으나 앞으로 경찰관 기동대 1개 중대와 의경 2개 소대가 함께 근무를 서게 된다.


야간의 경우 의경 2개 소대가 근무하는 체제에서 경찰관 기동대 1개 제대(약 30명), 의경 2개 소대가 함께 근무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경찰청 관계자는 "의경과 비교해 전문성이 높은 경찰관 기동대를 현장에 배치하고 인력도 대폭 늘어나면서 고정 근무와 순찰 근무도 강화됐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은 또 대사관저 안전과 신변 보호 강화를 위해 미 대사관 측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침입 상황 발생 시 경력투입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이번에 대학생들이 담을 넘는 과정에서 경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기습시위 징후를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내부 체계를 점검하고, 사다리·밧줄 등 담을 넘는 데 쓰이는 도구를 차단하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경찰은 "대사관 측과 협의해 보안 시설 강화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서울청 지도부는 이날 오후 대사관저 인근을 순찰하며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경비 강화를 지시했다.

전날 오후 2시 50분께 대진연 회원 17명은 사다리를 이용해 서울 중구 덕수궁 옆 주한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어 대사관저 마당에 진입했다.


이들은 '미군 지원금 5배 증액 요구 해리스는 이 땅을 떠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경찰은 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한 17명과 침입을 시도한 2명을 각각 건조물침입과 건조물침입 미수 혐의로 체포해 연행했다.

이 가운데 9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10명은 석방했다.

한편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통일위원회는 19일 오후 3시께 남대문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행자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와 관련해 "주한미국대사의 행태는 '힘으로 한국의 재정주권을 짓밟고 혈세를 강탈하겠다'는 협박"이라며 "대학생들의 행동은 혈세 강탈을 막고 재정주권을 지키려 한 의로운 행동으로 격려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트위터에 "대사관저에 무단침입한 시위대 관련 대처를 잘해준 대사관 경비대와 서울지방경찰청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서울 중심부에서 13개월 만에 2번째 일어난 사건으로 이번에는 시위대가 억지로 제 집에 들어오려 했다. 19명이 체포됐고 고양이들은 무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해리스 대사는 대사관저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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