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로터리] “젊은이여, 끼가 춤추는 세상에 대비하자”

2019-10-18 (금)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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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직장이 없다.’

80년대 후반,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때만 해도 여러 기업에서 줄 서서 졸업생들을 신입사원으로 모셔갔다. 취업 후 첫 월급을 받으면 부모님께 내복 한 벌씩을 선물했다. 남은 돈은 은행에서 연 13~15%의 이자를 주는 적금에 가입했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적어도 집 한 칸 마련하고 먹고살 수 있었다. ‘재테크’, ‘자산관리’라는 말은 없었고, 필요하지도 않았다. 지금은 그 때와 정반대다.

정말 길이 없을까? 분명 극복할 길이 있다. 나는 전문 투자자로서 세상의 변화에 관심이 많다. 세상의 변화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이 주업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 사회 젊은이들이 처한 어려움을 보았다. 동시에 이들에게 기회가 오는 것도 보았다. 잠재된 끼로 세상과 교감한다면 분명 기회가 있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라는 생산요소가 이를 가능케 했다. 특정한 집단에 소속되지 않아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넌바인딩(non-binding)’의 시대를 만든 것이다.


불과 10년 사이 우리 삶은 모바일-스마트폰 중심으로 바뀌었다. 스마트폰 안에 ‘유튜브’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했다.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 ‘유튜버’ 등 전에 없던 직업이 생겨났다. 6살 어린이 유튜버가 콘텐츠 광고 수익으로 강남에 빌딩을 매입했다 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넌바이딩 시대가 보여줄 놀라운 미래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세상의 변화를 잘 읽고, 끼로 단단히 무장한다면 상상을 뛰어넘을 수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세상의 변화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는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에어비앤비와 같은 혁신기업을 탄생시켰다. 이른바 위대한 기업의 탄생이다. 위대한 기업의 성장은 기업가치 역전 현상을 만들었다.
1994년에 설립한 온라인 쇼핑몰 기업인 아마존의 기업가치는 약 9,100억 달러로(약 1,000조 원) 세계 최대 유통 채널인 월마트의 기업 가치를 3배 차로 눌렀다. 이들 기업은 기존 질서를 깨뜨리고 과감한 도전을 통해 인류가 새로운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도전만이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복잡계로 불리울 정도로 어려운 시장에서 투자에 도전해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나 역시 젊은 시절 직장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 경영정보를 전공한 까닭에 전산실로 발령받았는데 콤마(,) 하나로 결과가 엉망으로 도출될 수 있는 전산 업무는 나의 끼와 맞지 않았다. 회계학을 바탕으로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세상의 변화를 상상하는 것이 더 좋았다. 이런 나의 끼와 재능을 발견하고 펀드매니저라는 새로운 직업을 선택했다. 어렵지만 도전을 통해 문제를 극복한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분명 일할 직장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끼를 발휘할 수단과 기회는 더없이 많아졌다. ‘넌바인딩의 시대’에 자신의 끼를 잘 활용한다면 기회의 주인공이 충분히 될 수 있다. 혁신적인 도전이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혁신적인 생각이 엄청난 가치를 만든다. 자신만의 끼를 펼쳐보자. 그리고 그 끼를 춤추게 하자.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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