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톡홀름 북미회담의 결렬

2019-10-10 (목) 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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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지난 5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간 실무회담이 열린 지 하루 만에 결렬되었다. 결렬원인은 미국 측이 “빈손으로 왔으며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탓”이라고 북한 측의 김명길 대표가 말했다. 하지만 양측이 대화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스웨덴 정부가 2주 후에 다시 만나자는 제안을 수락했으며, 북한은 “미국이 금년 말까지 숙고하라고 권고했다”는 것이다.

실무회담의 결렬은 평양에서 미국이 ‘새로운 계산 방법’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기대치를 한껏 올린 후에 왔기 때문에 다소 예상외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실무회담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돌파구를 찾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을 수도 있다.

한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측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북한측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며, 김명길의 성명이 8시간 동안 이어진 논의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스티브 비건 미 실무대표가 결렬된 회담에서 어떤 내용을 제안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내용이 무엇이던 그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회담을 계속하도록 만들기에는 충분하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북측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우라늄 농축 중단의 대가로 북한에 석탄과 섬유 수출을 36개월간 허용한다는 일부 유엔제재 중단안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명길은 대화를 재개할 것이냐 또는 영구히 끝낼 것이냐는 미국에 달려있으며,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여부도 미국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이 제안한 단계적 비핵화 과정의 상응조치를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스웨덴 회담 결렬에 대해 북한이 불쾌감을 드러낸 배경은 추적이 가능하다. 북한은 한동안 미국이 북한에 유리한 제안을 들고 나오라는 압력을 숨기지 않았다. 예를 들어 김명길은 스톡홀름으로 가는 길에 베이징에서 “미국이 새로운 신호를 보내왔기 때문에 기대감과 낙관을 갖고 회담하러 간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최선희 제1 외무부상은 회담일정을 발표하면서 “이번 실무급 협상이 조미관계에 긍정적인 발전을 가속화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북한의 협상태도는 일관되게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셈법으로만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즉 단계적 방법으로 비핵화를 진행하되 각 단계에서 제재 해제, 안전보장 조치 등의 상응조치를 미국이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서 싱가포르합의 이행을 위해서 북한이 한 일들을 열거하면서 미국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고 말했을 것이다. 즉 북한은 미군유해를 송환했으며,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중단하고,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했음을 열거했을 만하다.

이번 회담의 결렬은 트럼프에 타격을 주었다. 대통령 탄핵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 워싱턴의 정치기류로 볼 때, 트럼프는 북미실무회담을 통해 또 한 차례의 정상회담이 준비되기를 바랐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하자면 트럼프는 김정은과 모종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 합의는 잠정적인 중간단계가 되더라도 정치적 상징성이 충분할 때 가능하며 트럼프는 그것을 외교상의 승리로 포장하여 2020년 재선운동에 활용할 수 있다. 지난 30년간 실무차원의 북미협상은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정상외교에 대한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북한은 트럼프에 대해서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가 파격적으로 북한에 유리한 결정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미국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했던 관계개선,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를 병행해서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전략을 수정하지 않는 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목표는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스톡홀름 실무회담 실패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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