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물이 흐르면 도랑이 생긴다

2019-10-08 (화)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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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거성(水到渠成). 물이 흐르면 자연히 도랑이 생긴다는 뜻으로, 조건이 갖춰지면 일은 자연히 성사된다는 의미다. 무엇인가 성취하려면 어렵더라도 뜻을 굳게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무슨 일이든 10년은 해봐야 한다. 그렇게 10년 한길을 가면 그 길을 알게 된다. 그리고 또 한 10년을 그렇게 나아가면 그것으로 밥 먹고, 그 일을 잘 하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 10년 그 한길을 가면 인생사 다 같지는 않지만 나름의 족적을 남기게 된다.

그러나 때가 아닌데 억지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하려 든다면 이룰 수도 없고 인생이 덩달아 피곤해 진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조건이 갖춰지도록 노력하지 않고 너무 성급히 결과를 만들려고 했다가 오히려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세상일이란 정말 공짜가 없다.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는 일은 없다.
좋은 결과는 일을 열심히 했을 때만 나온다. 또한 쌀농사를 잘 지었다고 수박농사를 잘 지을 수가 없다. 정말 열심히 해서 알찬 기업을 만들었는데 다른 영역에 진출했다가 기업 전체가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다민족 연합사회에서 한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서로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민 100년이라고 하지만 본격적인 이민은 1965년 새로운 이민법이 만들어지고도 한참 후인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그러니 이제 30년 조금 넘었다.

지난 30년 동안 미주 한인 커뮤니티는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그리고 중간에 LA 폭동이라는 뜻하지 않은 곤경을 겪으면서 미국에 살려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들은 정말 열심히 정치력 신장활동을 했다. 매주 일요일 종교기관들을 방문하고 한인사회 행사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여하여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올해로 23년째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과 차세대 인재 발굴과 지도력 함양을 위해서 활동 해오고 있는 시민참여센터도 한인사회의 염원인 정치력 신장이라는 큰 뜻을 굳게 가지고 지금까지 오직 한길을 걸어왔다. 뉴욕과 뉴저지에서 각각 2만 명 이상의 한인유권자를 등록시켰다. 물론 여러 단체들이 열심히 했다. 다행히 뉴욕 주에서는 한인 주 하원의원이 배출됐고 뉴저지에서는 한인들의 투표 힘으로 수십 명의 시의원들이 탄생했으며 1명의 시장도 나왔다.

그리고 그 염원은 마침내 앤디 김이라는 연방하원의원 배출로 이어졌다. 앤디 김 의원이 있는 뉴저지 3지역구에는 한인 유권자가 1,000명 조금 넘는 작은 수이지만 아주 박빙의 선거였기 때문에 당락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 시민참여 센터는 과거 이 지역의 교회에서 수십 차례 유권자 등록을 했다.

지난 23년 동안 시민참여센터는 한인 정치력 신장이라는 목표 아래 포기하지 않고 물이 마르지 않고 흐르도록 열심히 노력해 왔다. 그리고 그 도랑이 만들어지는 그날까지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온 것은 한인 여러분들의 사랑과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여러분들의 사랑과 지원으로만 갈 수 있다. 23살이 된 시민참여센터가 유일한 한인 연방의원인 앤디 김 의원과 함께 23주년 행사를 가진다. 멀리서라도 격려를 부탁드리고 가까이 계시면 참석을 부탁드린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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