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권, 지지율 하락에 ‘위기감’…총선 앞 ‘중도층 잡기’ 고심

2019-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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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내부서 당혹감 읽혀…일각 “조 장관 나가야 반전기회 생기는 것 아니냐” 는 말도

▶ 당청 “여론 아닌 결단력” 원팀 메시지 발신…사법·교육개혁으로 중도 민심잡기 고심

여권, 지지율 하락에 ‘위기감’…총선 앞 ‘중도층 잡기’ 고심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인 9월 첫째 주보다 3%포인트 하락한 40%로 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20일(이하 한국시간기준) 취임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당·청의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 직후 추석 연휴가 이어지면서 정국 분위기가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검찰의 수사와 야당의 공세가 계속되고 그 여파로 지지율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날 리얼미터 조사결과(tbs 의뢰·16∼18일 유권자 2천7명 대상 조사·tbs 의뢰·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는 43.8%, 이날 한국갤럽 조사결과(17∼19일 유권자 1천명 대상)에서는 40%를 각각 기록했다. 두 기관의 조사 모두에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40%는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41.08%)보다 낮다는 점에서 청와대에서 위기감이 감지된다. 나아가 조 장관과 관련된 논란이 장기화하면서 지지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40%가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이 경우 지지율 하락이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지고 이게 다시 지지율 하락을 초래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치러야 하는 민주당 소속 의원의 동요도 적지 않다. 아직은 핵심 지지층이 공고하게 버티면서 하락세가 급격하지는 않지만 수치는 계속 빠지고 있는데다 중도층 이탈은 총선 승리의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급격한 하락은 아니지만,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범여권이 조국 정국 국면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점진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지지층은 결집해 있지만 중도충이 정치에 실망하면서 무당층으로 간 것 같다"면서도 "상당히 우려가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조국 정국'이 더 길어지면 당의 원심력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확산했음에도 사실상 '봉인'됐던 당내 이견이 외부로 분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한 초선 의원은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에 다니면서 여론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데 그게 현실로 드러나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면서 "차라리 '조 장관이 나가게 되면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겠다'고 하는 사람도 당내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급격한 하락세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반전카드가 없는 점도 위기감을 키우는 요소다.

이해찬 대표가 이날 "올해 2% 경제성장도 쉽지 않고 내년은 올해보다 더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로 경제 여건이 악화하는 모습인데다 내주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는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이슈의 지지율 제고 효과도 이전보다는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사법개혁은 물론 중도층과 청년층의 관심 이슈인 교육 개혁에서 분명한 성과를 속도감 있게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 장관 논란의 핵심에는 불공정 문제가 있는 만큼 민생 행보를 통해 중도층 민심 잡기를 이제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초선 의원은 "여권도 조국 문제에 초점을 한정하다 보니 정책적 차원에서 본질을 놓친 게 있다"면서 "신속하게 반응해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전방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여론 하락세를 저지하고 반등세로 돌리기 위해서 당청은 민심에 호응하는 제도 개선책을 내야한다"면서 "공정성 문제에 실망하는 민심이 있다면 이를 돌리기 위해서는 하다못해 쇼라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 핵심부에서 지지율 하락 흐름에 대해 "여론보다 결단력·신념"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의기소침하거나 방향을 잃는 것은 더 큰 문제"라며 "이럴 때일수록 할 일들을 또박또박해나가는 것이야말로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복심으로 통하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마틴 루터가 여론조사를 했다면 종교개혁이 가능했을까.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의 여론조사나 여론이 아니라 옳고 그름에 대한 결단력'이라는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옳다는 확신과 신념이 있다면 무소의 뿔처럼 밀고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청은 '원팀' 메시지를 보내는 데도 공을 들였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내년 총선 승리가 필수이고 따라서 자중지란에 빠져선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민주당 행사에 참석해 "어렵다면 또 어려울 수 있고 기회라면 기회일 수 있는 요즘 상황에 함께 힘을 모아주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어느 정권이든 내부 균열 때문에 망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부 정리를 잘해 대오를 흐트러트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권, 지지율 하락에 ‘위기감’…총선 앞 ‘중도층 잡기’ 고심

조국 법무부 장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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