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체제에 가해지고 있는 전 방위적인 공격, 이는 오늘날 세계가 맞은 가장 중요한 시대적 풍조다.” 포린 폴리시지의 진단이다. “지난 10년은 독재자들에게는 정녕 호시절이었다. 역으로 민주체제로서는 아주 끔찍한 세월이었다.” 포린 어페어지의 보도다.
‘민주주의가 위기다. 아니, 죽어가고 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프리덤 하우스 발표도 그렇다. 곳곳에서 민주체제는 침식되고 붕괴상황을 맞고 있다. 이와 함께 전 세계의 민주주의는 13년째 퇴조현상을 맞고 있다는 거다.
무엇이 불러온 현상인가. 포퓰리스트들(대중영합주의자)의 발호랄까, 전성시대랄까. 초점은 여기에 맞추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정된 민주체제로 보였던 나라가 포퓰리스트 집권과 함께 어느 날 갑자기 권위주의, 혹은 독재체제로 전락하고 만다. 먼저 터키에서, 베네수엘라에서 그리고 헝가리, 폴란드 등지에서 목격되어온 현상이다. 관련해 던져지는 질문은 포퓰리스트 전성시대는 민주주의 고사상태로 이어질까 하는 것이다.
포퓰리스트 독재체제들은 두 가지 특징을 공통점으로 지니고 있다. 반 엘리트, 반 다원주의 메시지를 제시하면서 공정한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는 것이 그 하나다. 또 다른 공통점은 선거승리와 동시에 사법부의 독립성, 언론자유 등을 조직적으로 음해, 훼손시키면서 권력집중을 꾀해왔다는 것이다.
이런 무기(?)를 지닌 포퓰리스트 독재세력이 계속 세를 넓혀나가고 있다. 그러니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체념이랄까, 비관론이 팽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그러나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포린 어페어지의 지적이다.
‘어떤 형태의 독재든, 독재체제는 민주주의의 도전에 취약하다’- 역사의 일반적 교훈이다. 그리고 포퓰리스트 독재는 체제 속성상 심각한 난제를 스스로 안고 있다. 그들만이 다수의 국민을, 또는 서민계층을 대변하고 있다는 망상(illusion)을 계속 주입시켜야만 통치의 정통성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이런 취약점 때문에 국내 위기가 발생하거나, 외부적 쇼크가 가해질 때 대중에게 그 같은 망상주입을 위해 지나친 편 가르기에, 압제 등 오버액션을 하게 된다. 무리수는 무리수를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체제붕괴의 나락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21세기 포퓰리스트 독재의 원조’격인 터키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터키의 독재자 레제프 타이예프 에르도안이 표퓰리즘 교안에 입각한 정강을 내걸고 총리가 된 해는 2003년이다.
터키의 정치시스템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이 그가 펼친 주장이었다. 일리가 없지 않았다. 엘리트 통치가 사실에 있어 터키의 정치구조란 점에서. 그의 진단은 틀리지 않았다. 내놓은 치료방안은 그러나 질병, 그 자체보다 더 나빴다.
비판자들을 ‘매국노’, ‘테러리스트’ 등으로 몰아붙이면서 대대적인 적폐청산에 나섰다. 그러면서 에르도안은 새로운 친위 엘리트 집단을 형성해 나갔다.
총리로 11년, 대통령으로 5년, 16년의 장기집권을 합리화하기 위해 무리수를 거듭했다. 사법부, 군부 대숙청에다가 언론인 투옥사태에 이르기까지. 그 와중에 2018년 마침내 경제는 무너졌다. 동시에 민심도 돌아섰다.
지난 3월 지방선거 결과 집권당은 수도 앙카라와 최대도시 이스탄불에서 패배했다. 집권여당은 선거결과에 불복, 무효화시키고 6월 재선을 치렀다.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참패를 한 것. 한때 국부인 양 떠받들어졌던 에르도안으로부터 민심은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이다.
‘국민에게 권력을 이양 하겠다’- 정의, 공정 등 낱말과 함께 이것이 포퓰리스트들이 내거는 전형적 구호다. 때문인지 집권 첫해 지지율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경향이다.
일단 정권을 잡으면 일반대중의 눈을 피해 권력다지기에 들어간다. 판사의 은퇴연령을 낮추는 법 개정을 통해 사법권을 장악한다. 언론을 침묵시키고 선거법을 바꿈으로써 변혁을 꾀하는 등.
“그리고 포퓰리스트 정권이 들어서면 반드시 뒤따르는 것은 심각한 경제위기다. 포퓰리스트 정권은 민주정권에 비해 더 부패하기 쉽다. 전반적으로 그 부패의 정도는 그들이 내건 ‘적폐청산(drain the swamp)‘대상보다 더 만연돼있다고 할까. 그런 수준이다….”
조던 카일, 로베르토 포아 등 일단의 정치학자들이 에르도안 통치의 터키, 차베스에서 니콜 마두로 집권으로 이어진 베네수엘라 등 90년대 이후 독버섯같이 번져나간 각양의 포퓰리스트 정권들을 대상으로 집중분석한 결과 내린 결론들이다.
그 체제의 속성이 하나, 둘 드러난다. 그때 어떤 결과가 올까. 체제는 무리수에 무리수를 거듭하고 대중의 분노도 깊어지면서 비등점을 향해 간다. 체제 붕괴위기에 몰리는 것이다.
“문제는 민주체제를 서서히 목조를 때 정확한 질식 시점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다.” 포퓰리즘이 만연하고 있다. 그런데다가 중국과 러시아, 두 독재체제의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이 정황에서 스탠포드 대학의 래리 다이어먼드 교수가 던진 경고다.
여기서 한 그림이 오버랩된다. ‘나는 정의, 반대자는 불의’라는 프레임 설정과 함께 사실상의 범죄 피의자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 독단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성난 민심의 물결, 그리고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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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