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시대

2019-08-27 (화)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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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은 힘센 나라들이 식민지 땅 따먹기를 하다가 전쟁으로 비화되었고, 나중에 서로 편을 나누어 싸운 세계 대전이었다. 이 전쟁에서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대결이 아니라, 편을 만들어 먼저 공격한 나라들과 공격을 당한 나라들이 반격을 하면서, 공격한 나라들의 항복을 받는 승자와 패자가 있는 전쟁이었다.

패전국 나치 독일과 파시스트 이탈리아의 지도부는 완전히 해체되고 민주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같은 패전국이지만 일본은 해체되지 않고 항복만 하고 그 지도부가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왕을 신처럼 숭배하는 일본의 파시스트들은 원자폭탄을 맞았다는 것을 내세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절대강자 미국을 구워삶아서 세계평화의 수호자 행세를 하고 있다.

그렇게 2차 대전은 끝이 났고 이 대전의 승전국이었던 미국과 소비에트 연합국은 한 하늘아래 절대 지존이 둘일 수 없다는 생각으로, 각각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이념으로 대결하기 시작했고, 세계를 반으로 나누어 가공할 핵무기로 서로의 진영을 위협하면서 총성 없는 냉전의 시대를 만들었다. 때로는 작은 나라들을 서로 지원하면서 국지전쟁을 벌였지만 두 나라가 전쟁을 하면 모두 죽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오히려 세계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두 나라는 끊임없이 경쟁했고 결국 70년 동안 막스 레닌주의를 성경처럼 신봉하던 소비에트 연합이 어느 날 무너졌다. 그렇게 공산주의 블록은 무너졌지만 중국, 베트남, 북한, 쿠바 같은 나라들은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

그중 중국과 베트남은 공산주의 정치제도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국제사회와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 다음의 대국으로 전 세계의 공장이 되어 가장 값싼 물건을 가장 많이 만들어서 지구촌 인간들에게 더 풍요로운 물질세계를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냉전의 해체는 두 강대국에 의해 눌려있던 지역적인 모순을 폭발하게 만들었고 세계의 도처에서 끊임없는 국지전이 발생하게 했다. 그 와중에 절대지존이 된 미국은 자신들의 전략에 부합하는 나라는 지원하고 그렇지 않는 나라는 공격하면서 철저한 미국중심의 지구촌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과거의 동맹국들은 이런 미국의 패권주의에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이라크 전쟁과 같은 중동 전쟁에서 미국은 겨우 영국하고만 동맹을 만들어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절대지존 미국도 911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중동질서 재편을 위한 이라크 전쟁에서 수렁에 빠져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의 후유증을 겪게 되고 2008년 금융대란을 겪게 되었다.

미국의 경제폭락은 전 세계적인 불황을 가져왔고 세계는 살기 좋았던 한 시대를 뒤로 하고 이제는 동맹이고 적이고 각자 도생의 길로 들어섰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은 동맹과 적의 구분 없이 미국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전 세계를 향하여 마구 공격을 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2인자 중국을 손보고 있지만, 그 다음은 자신들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이런 세계정세는 각 나라 안에서도 약자에 대한 강자들의 공격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평등과 공정 그리고 인권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들이 점점 설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이 없으면 사방에서 공격당하는 정글의 세계로 우리는 들어서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하고 투표에 참여하면서 결집된 힘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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