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캥거루 자녀’ 노후자금 바닥낸다

2019-08-20 (화)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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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졸업하고도 얹혀살며 부모 의존

▶ 손자들 용돈까지 지급 한인들이 더 유별

자영업을 하고 있는 한인 김모(52)씨는 자신의 노후대책이 막막하다. 대학을 이미 졸업한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모아뒀던 은퇴자금을 모두 소진해버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학 학비까지만 책임지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취직을 한 이후에도 생활비 부족에 허덕이는 아들이 안쓰러워 매달 아파트 렌트를 지원하고 있고, 목돈이 들 때 마다 아들에게 아낌 없이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김시 부부가 노후 대책을 전혀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들 뒷바라지에 은퇴저축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어 현재 운영 중인 가게를 정리하고 소셜 연금을 받아 노후를 버티겠다는 생각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진 후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소위 캥거루 자녀들로 인해 노후 생활을 위협받고 있는 한인 부모들이 적지 않다. 성인이 된 자녀들을 지원하느라 정작 자신들의 노후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금융투자사 메릴린치 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부모들은 성인 자녀에게 매년 5000억 달러 정도를 쓰고 있다. 심지어 이는 자녀의 결혼식이나 주택 구매 지원 등 한 번에 큰 돈이 들어가는 경우를 제외한 경우다. 따라서 이를 모두 포함한다면 훨씬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봤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부모의 10명 중 6명은 성인 자녀의 결혼식 비용을 돕고, 4명 중 1명은 자녀의 첫 집 장만을 돕고 있었다. 부모 중 82%는 성인 자녀에게 재정적 지원을 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절반의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자신의 은퇴저축을 사용할 의사가 있었고, 43%는 생활수준을 낮출 수 있다고 답했다. 또 4명 중 1명은 빚을 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한인 등 아시아계 아시아계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자신을 더 희생할 의사가 있다고 답해 한인 등 아시아계 부모들이 노후자금을 소진하면서까지 자녀를 헌신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한인 연금보험 에이전트는 “한인들은 문화적인 영향 때문인지 자녀가 어려우면 뒷바라지를 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한인 부모들은 이민생활에서 열심히 일해 모아뒀던 저축금을 자녀의 대학학비와 생활비 지원으로 써버리고, 정작 자신들은 소셜 연금이나 메디칼로 노후를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에이전트는 “50대나 60대때 생각한 것보다는 정작 은퇴하고 나면 훨씬 더 많은 노후자금이 필요하게 된다”며 “의료비 등을 감안하면 한인 노부모들의 재정상황과 노후대책이 위험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노부모들은 손자를 지원하는데도 노후자금을 쓰고 있다.

메릴린치 조사에서 성인 자녀가 있는 부모의 79%가 손자들에게도 용돈을 주고 렌트, 식비, 휴대전화 요금 등을 보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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