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웨이, 아프리카의 반정부 인사 감시했다”

2019-08-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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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추적·메시지 가로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기술자들이 아프리카 정부들의 정적(政敵) 염탐을 도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찰 기밀문서와 의회 문서, 고위 정보 당국자 등을 취재한 결과 화웨이 기술자들이 휴대전화 데이터를 이용해 정적들의 위치를 추적하거나 암호화된 메시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가로챈 사례 두 건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우간다에서는 지난해 정보 당국자들이 야권 지도자 보비 와인의 ‘왓츠앱’ 메시지를 화웨이 직원의 도움을 받아 가로채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정보 당국은 33년째 장기집권 중인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의 퇴진 운동 시위를 조직하려던 와인의 계획을 무산시킬 수 있었고, 이후 와인과 그의 지지자들은 경찰에 체포됐다.

잠비아에서는 화웨이 기술자들이 정부가 친(親)야당 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블로거들의 전화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감시하는 것을 도왔다. 이들은 블로거들의 위치를 특정해 지목하고, 이들의 체포를 돕기 위해 경찰과 꾸준히 연락했다. 화웨이는 WSJ의 보도에 대해 “(우리는) 해킹 활동에 관여한 바가 결코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면서 “이런 근거 없고 부정확한 주장은 전면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WSJ는 특히 화웨이가 아프리카 정부들에 ‘안전한 도시’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감시 시스템’을 팔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영상 및 인터넷 감시, 휴대전화 정보 수집 등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보급돼 있는 기술이지만, 화웨이의 경우 이 수준을 넘어서는 특별한 ‘엘리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매체가 접촉한 고위 보안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아프리카 현지에 파견된 화웨이 실무 기술자들은 정부에서 활동하는 보안군과 사이버 감시 부대를 상대로 스파이 활동을 직접 훈련시키고 있다.

미 보이시주립대의 디지털 감시 전문가인 스티븐 펠스타인은 WSJ에 “이번 사례는 수익 추구보다 감시 시스템 구축의 뚜렷한 목표를 갖고 아프리카 정부를 도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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