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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5차례 미사일 도발·트럼프 묵인… 문 대통령 침묵

2019-08-13 (화)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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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청와대 겨냥 “겁먹은 개” 조롱… 신 통미봉남으로 ‘안보 위기’

▶ 전문가들 “광복절에 북한에 경고·한미일 안보공조체제 복원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시간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참석을 위해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

북한이 연거푸 5차례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한 뒤 청와대를 겨냥해 조롱 섞인 비난까지 하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경고 한마디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묵인하는 한편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표명해 한국의 안보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만 협상하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썼던 북한이 신 통미봉남 전략을 구사하는 가운데 문재인정부까지 남북관계 진전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자칫 앞으로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은 7월25일 이후 지금까지 5차례나 단거리 미사일 또는 방사포 등의 발사 도발을 했다. 지난 10일 새벽 5시34분과 5시50분께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최대 고도 48km로 400여km를 비행했다. 전문가들은 “미사일 낙하 마지막 단계에 수백 개의 자탄(子彈)이 살포돼 축구장 3~4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미국 ‘에이태킴스’(ATACMS)와 유사한 신형 전술 지대지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최근 잇따라 발사한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신형 대구경 방사포에 이어 신형 전술 미사일까지 개발에 성공했다면 한국군의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11일 우리 정부를 겨냥해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라”며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시비를 걸었다. 북한은 이날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국장 명의로 낸 담화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또 강도 높은 표현으로 청와대와 우리 정부 당국자를 비난했다. 북한은 청와대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에 대해선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조롱했다. 북한은 “그렇게도 안보를 잘 챙기는 청와대이니 새벽잠을 제대로 자기는 글렀다”며 미사일 추가 도발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10일 트위터를 통해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든다(ridiculous and expensive)”고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대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에게 보낸 친서에 대해선 “매우 친절하다”고 평가하면서 “김정은이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날 트윗은 북한이 10일 새벽 동해상으로 두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뒤 약 15시간 뒤에 올라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이를 개의치 않았다. 그는 단지 “그것(김정은의 친서)은 또한 단거리 미사일들의 시험 발사에 대한 작은 사과였다”며 미사일 도발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전부 단거리 미사일이었다”며 미국에 대한 경고가 아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 가능성을 지렛대로 삼아 오히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김정은 편을 들었다”며 “동맹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 김정은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대북 경고 발언을 전혀 하지 않고 안보 위기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남북 경협을 통한 ‘평화 경제’만 부르짖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후 지금까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한 차례도 직접 주재하지 않았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NSC 상임위회의나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열렸을 뿐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경고 발언을 하지 않은 것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달 20일 한미 연합훈련이 마무리된 뒤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이 재개되면 남북 관계도 다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더이상 국민의 안보 불감증을 조장하지 말고 문 대통령이 직접 NSC 회의를 주재하고 9·19 남북 군사합의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한에 경고 한마디 하지 못하면 북한의 도발 수위는 더 높아질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중국·러시아가 갈수록 밀착하고 있으므로 조속히 한일 경제 전쟁을 끝내고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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