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범죄국가’와 인권정책

2019-07-29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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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3일 독도 상공. 중국, 러시아와 대한민국 공군기 30대가 뒤얽혀 3시간동안 숨 막히는 대치상태를 이어갔다. 대한민국의 영공을 유린한 중국과 러시아의 항공기들은 핵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들이다. 그래서인가. 단순한 사고라기보다 어딘가 고의성이 짙어 보인다.

그리고 하루 만에 북한은 동해로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그도 모자라 김정은은 직접 나서서‘남조선 자멸’을 운운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대놓고 겁박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없었던 초유의 협박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도발을 해온 이 세 나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공산 전체주의국가, 독재국가, 혹은 뭉뚱그려 권위주의 형 체제. 모두 정답이다. 여기에 새로운 정의가 추가된다. ‘범죄국가(crime states)’란 개념이다.


이 ‘범죄국가’는 ‘마피아국가(mafia states)’와도 다르다. 부패한 권력이 범죄조직과 결탁해 사욕을 채운다. 이것이 마피아국가의 모습이라면 범죄국가는 그 지배하는 정신구조가 조직범죄그룹과 흡사하다. 해외정책은 물론 국내정치도 불법행위, 혹은 범죄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범죄국가는 인권유린에, 국제관행을 무시하는 등 단순히 품행이 좋지 않은 나라들과도 또 다르다.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마약밀매, 불법자금세탁, 금융사기, 해킹 등 범죄행위를 ‘국가이해’란 이름하에 서슴없이 저지른다.

그 전형적인 나라가 북한,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란이다. 최근 들어서는 시진핑 체제의 중국도 그 범주에 들고 있다. 그러니까 정부가 나서서 범죄조직과 결탁해 국가이해를 추구한다는 구실 하에 온갖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나라들이다.

북한은 범죄조직과의 관계를 국유화했다. 러시아 마피아는 푸틴의 관리 하에 기업화됐다. 이 범죄조직들은 국내의 반체제 탄압과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쟁’의 첨병으로 곧잘 사용된다.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홍콩시위대에 대한 중국 조직범죄조직 삼합회의 테러에서 보듯이.

왜 새삼 ‘범죄국가(crime states)’란 새로운 개념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인가. 범죄조직과 테러조직과의 조인트벤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다가 범죄국가들과의 연계와 함께 지구촌 곳곳에서 미국주도의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날로 그 세를 떨치고 있는 범죄국가들. 효과적인 대처방안은 무엇일까. 이 체제들이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는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다. 집권층과 이반된 민심이 바로 그 취약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인 최근의 잇단 인권관련 움직임을 중국공산당(CCP)은 중국체제의 급소를 겨냥한 원폭조준 조치로 간주할 것이다.” 싱크탱크 시노인사이더의 지적이다.
지난 16일부터 3일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종교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 회의’가 개최됐다. 회의 둘째 날 트럼프 대통령은 17개국 종교박해 생존자 27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트럼프는 현직 미국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박해받아온 파륜궁 수련자를 만난 것.


전 세계 80여개 나라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한 이 회의 첫날 폼페오 국무장관은 중국의 종교탄압을 ‘세기의 치욕’이라고 비난하면서 파륜궁 박해 사태를 먼저 거론했다. 펜스 부통령도 연설을 통해 고통 받고 있는 중국의 신앙인들과 미국은 같이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CCP가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부문은 파륜궁 관계자를 트럼프가 직접 만나고 중국의 종교탄압사태로 가장 먼저 거론한 사실이다.

파륜궁 탄압사태는 중국에서는 언급조차 해서는 안 되는 터부다. 그 탄압과정에서 자행된 중국공권력에 의한 장기밀매(주로 파륜궁 수련자의)사태가 폭로되고 또 파륜궁 탄압은 신장성 위구르 회교도 탄압의 청사진역할을 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 때문이다.
그 파륜궁 탄압에 대해 미국의 대통령이, 부통령이, 그리고 국무장관이 지대한 관심표명과 함께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한 것.

이를 베이징은 CCP통치의 합헌성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간주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시노인사이더의 지적이다. 무역회담을 이롭게 마무리 짓기 위한 일과성의 언급이 아니라 중국공산체제 전복을 노린 원폭 투하성의 공격으로 볼 수 있다는 거다.

맞는 진단일까. 진위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편집증에 걸린 중국공산당의 눈에는 그렇게 비칠 수밖에 없다는 것. 문제는 중국이 보일 역시 ‘편집증적인 반응’이다.

홍콩사태는 유혈(流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중국해, 대만해협의 파고는 계속 높아만 가고 있다. 이와 맞물려 한반도 상황도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독도 상공에 일단의 중국과 러시아의 전폭기들이 몰려들었다. 대한민국 영공이 무참히 유린당한 것. 이는 그러면 혹시 베이징의 계산된….

그 추측은 그렇다고 치고, 약속이나 한 듯이 정교하게 맞물린 중국과 러시아와 북한의 잇단 도발. 그 근본적 책임의 소재는 어디에 있을까. 문재인정부의 잘못된 판단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김정은은 어떤 무자비한 도발도 저지를 위험한 인물이다. 그런 김정은을 평화의 사도인양 선전하면서 헛된 평화의 환상만 심어왔다. 기본도, 족보에도 없는 자폐성의 ‘나 홀로’ 외교정책을 답습해온 것. 그러면서 외교를 내정에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반일 프레임의 관제민족주의를 고창, 일본을 적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다.

이 와중에 한미동맹마저 와해된다면…. 요즘 들어 자주 정수리를 짓누르는 질문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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