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이란, 이번엔 ‘CIA 스파이’ 공방

2019-07-23 (화)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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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CIA 연계 이란인 간첩, 1년간 17명 체포…일부 사형”

▶ 트럼프 “진실 제로” 전면 부인 폼페이오 “이란 매번 거짓말”

이란 정보당국이 지난해 3월 말부터 1년 동안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계된 이란인 간첩 17명을 체포했으며, 이들 중 일부에겐 사형이 선고된 상태라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최근의 간첩 체포 사실, 곧 뉴스가 아니라 지난 1년간의 ‘통계’를 갑작스레 공개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이란에 대해 보였던 적대 행위를 집중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이란의 이같은 발표를 곧바로 전면 부인했다. 두 나라 간 간 긴장이 시간이 흐를수록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의 이란 무인정찰기(드론) 격추 사건에 이어 또다시 진실게임이 전개되는 모습이다.


이란 정보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간 이란인 고정간첩 17명 체포 사실을 밝
히면서 “그들은 점조직식으로 암약하며 이란의 민감한 정보를 수집해 CIA로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 간첩은 경제, 핵기술, 사회기반시설, 군사, 사이버 부문의 민간 기업에 취업해서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며 “국가를 배신한 이들 중 일부에겐 사형과 장기간 징역형이 선고됐고, 사형이 확정되면 교수형이 집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보부는 이들 17명의 신원뿐만 아니라, 이들과 접선한 CIA 요원 네 명의 얼굴도 함께 공개했다.

정보부는 CIA의 이란인 간첩 포섭 수법도 상세히 설명했다. 정보부는 “일부 간첩은 미국 입국 비자나 아랍에미리트(UAE) 체류비자 발급을 미끼로 CIA에 넘어갔거나, 기존 미국 비자 갱신을 위해선 간첩 행위를 해야만 한다는 압박을 받아 기밀 정보를 취합해 미국 측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외국에서 열린 전시회, 국제사회에 참석한 이란인에 접근 ▲페이퍼컴퍼니 설립 후 이란인 고용 후 간첩행위로 유도 ▲이메일·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직접 접촉 등의 방식도 쓰였다고도 전했다. 이렇게 포섭된 이란인들은 간첩 장비를 다루는 법을 CIA 요원들에게 훈련받았다는 게 정보부의 주장이다. CIA가 해당 장비를 벽돌로 위장, 이란의 공원이나 산 등 특정 지점에 두면 이란인 간첩이 이를 주워 벽돌을 깨서 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CIA 스파이들을 잡았다는 언론 보도는 전적으로 틀렸다. 진실 제로(0)”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 측 발표에 대해 “몹시 망해 가고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종교적 정권이 (무인기 격추 때처럼) 내놓은 더 많은 거짓말과 선전ㆍ선동”이라며 “그들의 경제는 죽었고,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총체적 엉망진창!”이라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란에 대해 미국 정부가 추가 경제 제재를 단행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CIA 국장 출신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폭스뉴스 방송에 출연해 “나는 상당히 걸러서 들을 것”이라고 사실상 이란 정보부의 발표를 부인했다. 그는 “위대한 조직인 CIA를 이끌 기회를 가졌던 사람으로서 이 기사를 읽는 모든 이들에게 이란 정권은 오랜 거짓말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걸 인지하길 촉구한다”며 “전 세계를 향해 거짓말을 하는 건 이란 최고지도자의 본질”이라고 비난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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