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재인의 리더십

2019-07-20 (토)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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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제 두 어깨는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부여받은 막중한 소명감으로 무겁습니다.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2017년 5월10일,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수장 자리에 오른 문재인 제 19대 대통령이 밝힌 취임사 서두이다.

그는 이어 겸허한 마음으로 그 책임과 소명을 다할 것이다.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이 함께 손을 맞잡고 전진할 것이다. 또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고,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 대통령의 권력을 최대한 나눌 것이며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고 직접 나서 야당과도 수시로 대화하겠다.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의 길을 모색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며 국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주고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그 후 2년이 흐른 오늘, 대한민국의 실상은 나라 안팎이 전례 없는 혼란으로 매우 어지럽다. 국내에서는 통합과 공존은커녕, 정치권은 여당과 야당으로, 국민은 국민들대로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져 갈등과 분열의 연속이고 이런 틈을 타 보수와 진보 등을 겨냥한 누리꾼들의 가짜 뉴스가 수없이 양산돼 어느 것이 진짜 뉴스인지 모를 정도가 돼버렸다.


또 비정규직과 실업자, 최저임금 등이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어 국민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못 지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 여파는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나라밖 사정도 요즘 유례없이 시끄럽다. 최근 일본과의 무역 분쟁은 점차 전면적인 경제전쟁과 함께 외교 분쟁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일본이 한국 반도체 부품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하고 나서자, 한국도 바로 일본에 대한 조치에 거세게 항의했다.
일본의 아베총리는 한 술 더 떠 더 많은 품목으로까지 규제를 확대하겠다는 강경책을 들고 나왔다. 한국의 문재인은 좌시하지 않겠다.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면서 연일 칼날을 세우고 있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불안하기만 하다.

최근까지 문 대통령이 보인 행보를 보면 70년 가까이 문을 열지 않던 적성국가 북한에 대해서는 그처럼 관대한데, 주변국가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왜 그와 같은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 못해 갈수록 일이 커지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본과도 평소 북한을 대하듯 소통을 원만하게 잘 해 왔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을까.

일본은 어떤 나라이고 분란을 일으키는 일본의 속셈은 무엇인가. 일본의 오만한 행보는 과거 일본제국주의 시절의 영화, 즉 그들 군국주의의 부활을 되살리기 위해 나오는 팽창 본능의 일환이 아닐까 싶다. 일본이 요즘 미국으로부터 F-35 등 많은 전투기를 구입하는 것을 보면 군사 활동의 무대를 세계로 확장시키는데 한국을 이용하려는 목적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청산, 적폐청산을 이유로 과거 인물 척결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 외교무대에서 제대로 대처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정치와 같이, 외교 분쟁도 ‘강대강’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한다.

현재가 힘들고 미래가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이를 해결해줄 강한 리더를 갈구한다. 명확한 문제의식과 자신만의 특별한 리더십 발휘로 난제를 해결해 나가는 리더를 보면서 국민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그 리더를 따르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된다.

미국의 제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당시 불안했던 시대의 극복을 오직 연합과 단결밖에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포용의 리더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천명한대로 대한민국을 온전하게 이끌어가려면 소통과 관용의 리더십으로 우선 국민의 힘을 하나로 묶어야 옳을 것이다. 그것이 강한 외세의 압력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는 길이다.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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