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혼 이혼’… 자유와 맞바꾼 생활고?

2019-07-20 (토) 김철수 기자
작게 크게

▶ 63세 이상 이혼 여성 27%가 ‘경제적 어려움’ 남성 빈곤율의 2배 넘어

환갑을 훌쩍 넘긴 서모씨(65)는 지난 2월 남편 김(68)씨에 이혼을 요구했다. 전문직을 가진 남편과 나란히 남가주 지역 유명 사립대를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 취직해 결혼까지 한 아들과 딸을 둔 서씨. 주변엔 번듯한 남편, 속 안썩인 자녀를 둔 ‘부러운 황혼’이지만 서씨는 그렇지 않았다. 40여년 결혼 생활 중 남편으로 부터 존중받지 못한 서씨는 결국 이혼을 결정했다. 서씨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않겠지만 남은 삶만큼은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 생활 20년 이상 된 부부들이 갈라서는 50대 황혼이혼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뒤늦은 황혼이혼 당사자들은 경제적 및 육체적으로 고통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혼 여성들의 경우 남성에 비해 이혼 후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한 수준으로, 황혼 이혼 여성들의 경제적 빈곤율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되고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결혼생활 20년 이상, 50대 이상의 ‘황혼 이혼’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볼링그린 주립대 사회학과 수잔 브라운 연구팀이 1960년 이전 출생한 2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황혼 이혼이 지난 1990년대 20만6,000명에서 2030년 4배가 늘어난 82만8,000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운 연구팀은 갈수록 황혼이혼을 택한 부부들이 늘고 있지만 이혼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다른 기혼 커플이나 조기 이혼을 택한 경우 보다 큰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63세 이상 미국인들 가운데 빈곤층과 결혼 여부에 대한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황혼 이혼을 한 여성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26.9%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황혼 이혼 남성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11.4%로 조기 이혼 여성의 빈곤률 18.6% 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결국 결혼 후 이혼을 선택한 여성의 경우 배우자와 헤어질 경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남성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결혼 생활을 계속 유지하는 기혼 커플이나 조기 이혼 후 재혼한 커플, 그리고 황혼 이혼 후 재혼한 커플의 빈곤률은 3.0% 수준으로 이혼한 부부에 비해 빈곤률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혼 여성이 이혼 할 경우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이유로 결혼 후 육아 등에 따른 경력단절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했다.

최근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지만 아이를 출산한 여성들 상당수가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 둬 이혼 후 결혼 이전의 경제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황혼 이혼을 택한 여성들의 경우 10년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할 경우 배우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소셜 시큐리티 베니핏 수혜 평균 액수도 연간 1만995달러로 기혼자나 이혼 남성들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브라운 교수 연구팀은 밝혔다.

<김철수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