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총성 없는 전쟁

2019-07-13 (토)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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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빼어난 나라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4일 독립기념일에 가진 ‘미국에 대한 경례(Salute to America)‘라는 제하의 연설에서 강하게 외친 말이다.

그때 하늘에서는 미국의 전투기, 헬기 등이 전투력을 과시하며 공중 쇼를 장엄하게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F-35 미 공군 최정예 전투기를 보면서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나라”라고 과시했다.

현재 미국은 지구상 최고의 군사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특별한 명분 없이 정복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없는 시대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총성 없는 전쟁, 즉 강국들이 무기 없이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경제 전쟁이다.


전 세계에서 경제규모 1,2위를 겨루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지금 국가의 경제가 걸려 있는 무역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일명 ‘무역 전쟁’이다. 이 전쟁은 실제 총알과 포탄을 사용하지 않지만 그에 못지않게 무시무시한 국가 간 싸움이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계속 늘어나는 적자로 인해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폭탄 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 그것이다.

중국도 질 새라 미국산 제품에 똑같이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맞받아치고 나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오히려 중국산 제품의 범위를 4배로 늘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한동안 양국 간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치닫는 분위기였다. 다행히 양국이 협상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언제 또 두 나라간의 무역 전쟁이 재개될지 모를 일이다.

이 두 국가 간의 다툼이 요즘 한국에서도 똑같은 양상으로 전개돼 온 나라가 들끓고 야단이다. 일본의 한반도 강점시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보복성인지 일본이 한국에 수출하는 주력상품에 대해 통제 조치를 단행하고 나온 것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TV,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3개의 전략품목이 대상이니 한국의 난리는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서는 정부측과 관련기업의 대표가 일본으로 황급히 달려가고 온 국민은 일본의 철회를 촉구하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돌입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일본의 아베 총리는 수입해간 불화수소가 북한에 반출되고 있다며 철회할 뜻이 없고. 오히려 대상품목이 더 추가될 수 있다며 강경하게 나와 한국경제에 미칠 막대한 피해가 걱정이다.

한국정부도 강력 대응하겠다고 나서 앞으로의 사태에 촉각이 곤두선다. 이번 사태에 무조건 ‘이에는 이’ ‘강에는 강’으로 대응하면 한국측이 더 손해를 볼 수 있다. 다툼이 계속될 경우 결과는 강국이 이길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민은 일본이 저지른 36년간의 식민역사, 위안부 사건, 독도 문제 등의 앙금이 계속 남아 늘 숙적처럼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이 꼭 일본에만 큰 피해를 당한 것일까. 고려시절 한국 땅은 약 100년 간 짓밟은 몽골군에 의해 거의 초토화 되고 수많은 인명이 살육 당했으며 삼국시대와 통일신라 때 문화유산까지 대부분 파괴됐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을 즈음 백제를 지원하기 위해 일본병사 10만 명이 건너왔다는데 모두 살해되었다는 설도 있다. 역사적으로 양국은 문명과 기술이 서로 이전되었고, 이래저래 핏줄도 얽힌 혈연관계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한국민이 알아야 할 것은 일본인은 만만하지 않고 어쩌면 영원히 이길 수 없는 민족인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일본을 보고 온 한 한인은 그들의 시민의식에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며칠이 가도 가랑잎이나 담배꽁초 하나 거리에서 볼 수 없고 쓰레기를 담을 비닐 봉투를 늘 갖고 다니고 어린 학생들도 모두 질서정연하게 공중도덕을 지키는 모습에서 한국이 이런 일본을 어떻게 따라잡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이런 일본과의 경제 전쟁은 자칫 한국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뜨거운 감자다. 울분과 악감정, 냄비 근성만으로는 이 문제를 풀기 어렵다. 양국 간의 갈등 해소를 위한 협상의 지혜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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