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방 공포에 일이 손에 안잡혀요”

2019-06-27 (목)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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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체자 대대적 체포·추방 작전’임박

▶ 교통위반 걸려 신분 드러날까 조마조마, 요식·봉제업소 종업원들 결근 영업 지장도

5년 전 가족들과 여행비자로 미국에 온 뒤 체류기한을 넘겨 불법체류 신분으로 LA에 살고 있는 한인 김모(49)씨. 한인타운에서 무면허 택시 운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김씨는 최근 극심한 추방 공포에 매일 시달리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불체자 단속·추방 정책 공표 이후 김씨는 자칫 불법택시 단속에 걸릴 경우 불체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씨는 “고정 손님만 받고 있는데 혹시라도 암행단속으로 적발돼 추방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항상 있다”며 “신호와 교통법규를 아무리 잘 준수하더라도 한순간 실수하면 추방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제 가족들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연방 당국의 초경강 반 이민 정책 속에 불체자 대상 대대적 체포·추방 작전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이처럼 서류미비 신분 한인 이민자들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며 추방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주말 연방 이민 당국이 LA 등 대도시에서 실제 체포 작전을 펼친다는 예고가 나온 이후 비록 이 작전이 2주간 연기된다고 발표됐지만 언제 실시될 지 모를 불체자 단속에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한인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인 뿐 아니라 히스패닉계 커뮤니티에서도 이같은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한인 업체에서 근무하던 불법 신분 종업원들이 결근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어 한인 업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인타운 요식업소나 다운타운 자바시장에서 이민자 종업원들이 말도 없이 갑자기 출근을 하지 않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와 함께 최근 직장과 그레이하운드, 앰트랙 등 지역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급습 단속 및 업주 감사가 잇따라 실시되면서 불법 신분 직원들이 직장에서 일탈하는 경우도 많아져 단속 분위기 속에 비즈니스에 타격을 입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인 봉제업체의 한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봉제업체들에서 일하는 히스패닉 직원들의 수가 전체적으로 감소했다”며 “LA를 비롯해 10개 도시에서 불체자 단속 및 추방이 예고되자 아예 종적을 감춘 직원들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민국 단속에 의한 추방 공포가 점차 확산되자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 예고 발표 후 한인 이민자 권익보호 단체인 민족학교 등에 설치된 ‘이민자 핫라인’에는 추방을 걱정하는 한인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민족학교 측은 “지난주 하루 평균 5통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LA뿐 아니라 시카고와 뉴욕에서 걸려온 문의전화도 있었다”고 말했다.

불체자 추방 공포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는 만약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불시에 단속할 경우 체포영장을 소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포영장의 경우 이민국이 발급한 것이 아닌, 법원의 판사가 발급했는지 여부와 함께 불법체류자의 주소와 이름이 정확히 표기되어 있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한영운 커뮤니티 담당자는 “일단 이민국단속요원과 직면할 경우 서류미비자라도 겁낼 필요가 없다”며 “일단 영장이 법원에 의해 정확하게 발급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체포될 경우 변호사 없이 어떠한 서류에도 서명할 필요도 없다”고 조언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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