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억만장자 “나는 상위 1%…제발 세금 올려달라”

2019-06-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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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유세로 미국의 정신 침식하는 경제적 불평동 해소”

▶ “세금 등 보다 급진적인 정책 시작할 때”

美억만장자 “나는 상위 1%…제발 세금 올려달라”

【서울=뉴시스】미국 억만장자 엘리 브로드(왼쪽)과 부인 에디스 브로드가 지난 2015년 9월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자신의 새 박물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자선사업가인 엘리 브로드(86)가 25일 이른바 '부유세'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브로드는 이날 뉴욕타임스 오피니언면에 기고한 '나는 1%에 속한다. 제발 내 세금을 인상해달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부유세는 미국 힘의 정신을 침식하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나는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미국의 신화를 믿고 리투아니아에서 미국행을 택한 부모의 바램처럼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을 2개나 세울 정도로 성공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더이상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더이상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브로드는 "지난 20년간 자선사업가로 전업해 공교육과 과학, 의학 연구 등을 지원해왔지만 자선사업만으로는 미국인이 아메리카 드림이라고 부르는 기본적인 번영을 막는 뿌리 깊은 불평등을 보상하지 못한다는 것도 깨달았다"고도 했다.

그는 "일부 미국인들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고, 교육제도를 개혁하고, 의료 접근을 확대하고, 저렴한 주택을 건설함으로써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은 지지해왔지만 이같은 정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도 분석했다.

브로드는 "우리는 정부 정책 중 가장 불공정한 영역인 세금에서 시작해 보다 크고, 보다 급진적인 정책을 시작할 때"라면서 "부유세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해야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후 위기, 중산층의 몰락, 치솟는 주택과 건강관리 비용 등 거대한 도전에 예전 방식은 효과가 없고 더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브로드는 "일부 사람들은 내가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로 월가의 거인들을 몰락시키려고 한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전례 없는 번영을 가져온 자본주의 체제의 종식을 주장하지 않는다"며 "단지 재산이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보다 더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는 것부터 시작해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데 전념할 때라고 믿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브로드는 "나 자신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여유가 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정부가 그간 해왔던 근시안적인 정책은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직면해 있는 빈곤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들에게 부유세 관련 토론도 요구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브로드는 주택건설업체 KB홈과 금융회사 선아메리카를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에 올릴 정도로 성공한 사업가다. 현재 재산이 67억달러(약 7조7532억원)로 포브스가 집계한 미국 내 78번째, 세계 233번째 부자다.

한편, 세계적인 투자자 조시 소로스 등 미국내 상위 0.1%에 해당하는 억만장자 19명은 지난 24일 대권 주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자신들에게 부유세를 부과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이들은 자산 5000만달러(579억원) 이상 자산가에게 연간 2%의 부유세를 부과하자는 민주당 대선 주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제안을 언급하면서 "수백만 가족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는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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