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적 답사하다 눈뜬 부동산 ··· 집값보다 사람을 보죠’

2019-06-24 (월)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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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조사연구소장

▶ 전국 돌아다니며 투자 실패·성공 경험, 18년간 갤럽 부동산본부서 입지분석

‘유적 답사하다 눈뜬 부동산 ··· 집값보다 사람을 보죠’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오승현 기자>

‘빠숑님의 오늘 팟캐스트 강연 다들 어떻게 들으셨나요?’‘빠숑님 강연을 들으러 가고 싶은데 부산이래요. 너무 멀어요.’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다. 매일 아침 오전6시에 올라오는 그의 글 한 편을 보기 위해 하루 평균 3만명이 블로그를 방문한다. 일주일 평균 40만명이 그의 팟캐스트를 듣는다. 말 한마디에 특정 지역의 집값이 요동쳤던 사례가 있는가 하면, 온라인상에는 그의 발언을 분석하는 글들이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온다. 필명‘빠숑’으로 활동하며 부동산 전문가로 입지를 쌓아온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의 이야기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적지 않다. ‘아기곰’ ‘조던’ 등의 필명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그들이다. 김 소장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그의 이력은 다른 전문가들과 다르다.

대학에서 사학을 부전공한 그는 유적지 답사를 하면서 전국의 부동산을 접했다. 이후 18년 가까이 한국갤럽 부동산본부에서 일하면서 입지 분석을 해왔고 지난 2014년부터 개인 블로그에 올린 분석내용들이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 전문가로 명성을 얻은 것.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는 구독자 수 11만명을 넘겼다. 그가 내놓은 책만 해도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 ‘서울 부동산의 미래’ 등 일곱 권이다.

■유적 답사하며 전국 부동산 접해

그에 따르면 답사는 취미이자 동시에 일이다. 문화재 공부를 위해 시작한 전국 답사였지만 지나다니다 보니 ‘집’이 보였다. 집을 직접 사고팔면서 입지가 보였고 사람이 보였다. 투자 실패도, 성공도 해보면서 어떤 집이 가격이 오르는지 저절로 공부됐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곳 중 하나가 충청남도입니다. 오래전 이곳의 20평형대 전후 아파트가 전세를 끼면 500만원~1,000만원에도 매입이 가능했고, 세컨드하우스로 만들어놓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충남 내 천안과 부여에 각각 한 채씩 집을 마련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부여는 집값이 10년째 똑같고 천안은 올랐죠. 왜 그럴까 살펴보니 천안은 젊은 층이 좋아하는 일자리가 증가해왔고, 부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결국 일자리가 많아야 수요가 생기고 집값이 오른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입지 공부 차원에서 한 일이지만 꽤 많은 수익을 올린 적도 있다.

김 소장은 “2010년께 대구의 24평 아파트를 9,000만원 정도에 매입한 뒤 5년 만에 두 배 가격에 팔은 적이 있다”면서 “평당 400만원에 사서 1,000만원 정도가 됐을 때 판 건데 이후 해당 아파트가 1,600만~1,700만원까지도 올라갔다. 이를 예측하기도 했지만 거기까지는 제 몫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개별 아파트와 사람에 집중하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부동산을 보고 판단할까. 김 소장은 “개별 아파트 및 사람 심리 분석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들이 몇 퍼센트 상승 혹은 하락을 이야기할 때 그는 특정 아파트에 주목했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락세인 와중에도 특이하게 오른 아파트와 그 아파트에 입주하려는 사람들의 심리에 주목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진짜 이야기를 하는 게 그의 특징이다.

“사람 이야기가 참 재밌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입주를 시작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를 보면 제가 만난 분들 중에 ‘3.3㎡당 4,000만원이 말이 되냐’면서 집값이 너무 비싸다며 푸념을 하시는 60대 중후반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그분의 표현을 정확히 빌리자면 ‘더럽게 비싸네’라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후에 보니 그렇게 비싸다는 아파트를 두 채씩을 구입해 아들과 딸에게 각각 증여를 했습니다. 결국 강남에 사시는 자산가들도 강남 집값이 비싸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죠. 돈이 없는 사람도, 있는 사람도 모두 강남에 집을 마련하려는 것은 결국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 ‘입지’에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사례였습니다.”

인터뷰를 이어가던 중 집값 전망이 궁금했다. 그는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언급하며 지금이 아닌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2년간 집값이 폭등하면서 정부는 단기간에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재건축 규제 등을 활용해 무리하게 공급을 줄여왔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5~10년 후에는 공급 공백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부자들의 재테크까지는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 중산층까지가 제가 맡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데 지금처럼 가다가는 중산층 이하는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금 공급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원하는 입지에 원하는 새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서입니다. 분명 정부에서 디테일한 주거 실태조사도 하고 하지만 그 좋은 데이터를 가지고 이와 무관한 정책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추진하는 키 이슈의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고서에서는 사람들이 강남에 살고 싶다고 말하는데 3기 신도시는 뜬금없는 남양주에 공급되는 것과 같습니다.”

■재건축·재개발 확정된 곳, 뉴타운 등 추천

김 소장은 서울 집값이 시장에 풀린 급매물이 소진되면 올라가는 양상으로 현재 관망 국면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서울을 뭉뚱그려 보지 않고 구별로 잘 쪼개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수가 선호하는 입지에 위치한 재건축·재개발이 확정된 아파트 위주로 투자를 권했다.

그는 뉴타운을 추천했다. 아직까지는 노후화된 단독주택이 몰려 있어 취약한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개발이 진행되고 세 개 아파트 이상이 새로 들어오면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강남도 좋지만 비싸죠. 반면 재개발 아파트는 쌉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도 해당 지역이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현·신길 뉴타운입니다. 전에 살던 주민들과 현재 이 아파트에 살고 계신 분들은 신분이 완전히 다릅니다. 상계뉴타운이나 수색·증산뉴타운 등도 현장을 보고서는 실망하고 돌아가는 분들도 계십니다. 지금도 평당 1,000만원대로 들어갈 수 있는데 10년 후면 두 배 이상 올라 있을 뉴타운 지역들이 많습니다.”

지방 시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방 시장의 경우 크게 보면 대전하고 광주 정도가 그나마 정상적인 시장이고 나머지는 조정 중”이라면서 “재밌는 게 그중에서도 기존 아파트는 조정을 받고 신규 택지의 새 아파트도 조정을 받는데 도심 내 재건축 및 재개발은 또 값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같은 경우는 인근인 세종시에 공급 물량이 많다 보니 거기에 수요를 뺏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종시 집값이 폭등할 때 대전은 하나도 오르지 못했고 지금이 회복기입니다. 대구나 광주도 한동안 공급이 안 되다가 이제야 공급이 돼서 새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집값은 평균적으로 보면 안 되고 지역별, 지역 내에서도 단지별로 봐야 합니다.”

■부동산 에세이집 펴내는 것이 목표

김 소장의 답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하루 15~20㎞, 네 시간씩을 걸으며 곳곳을 탐험 중이다. 차가 아닌 대중교통이 필수다. 직접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녀야만 주민들이 살기에 어떤지, 숨은 골목은 어떤지 등을 볼 수 있다. 하루 걸음 수를 캐시로 환산해 이용자에게 지급해주는 만보기형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그는 “반포지구를 갔는데 편의점에서 만 원을 주고 텐트를 빌려 즐기는 캠핑족들이 더 많아진 것을 보고 한강 프리미엄이 더 올라가겠구나 라는 것을 느낀다”면서 “이뿐 아니라 요즘 핫 한 카페 블루보틀나 주상복합 트리마제가 들어선 이후의 성수동 등 동네마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돈이 아닌 재미를 쫓는 것이 그만의 철칙이다. 김 소장은 “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번 사람도 아니고, 개인 컨설팅으로 수억원대의 이득을 취할 생각도 없다”면서 “앞으로도 기업 컨설팅 위주로 일을 해나갈 생각이고 꾸준히 입지와 사람을 공부하며 다음 책으로는 압구정동이 왜 비싼지를 일반 사람들도 알기 쉽게 풀어쓰는 부동산 에세이를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He is...

▲1972년 서울 ▲1997년 서강대 신문방송학·사학 ▲1997년 롯데백화점 본점 신사스포츠팀SM ▲1999년 LG유통(현 GS리테일) 단품정보팀 ▲2002년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 ▲2017년~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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