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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 치료 ‘젤 스텐트 삽입’ 신기술 뜬다

2019-06-17 (월)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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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절개로 5~10분이면 수술, 안압 낮추기 안정적이고 확실

▶ 내년이후 건강보험 적용될듯, 아직 재료비 120만원 등 부담 커

정상 시야(왼쪽)와 녹내장 환자의 손상된 시야(오른쪽).


눈 방수(房水) 배출 통로가 막혀 안압이 높아지고 시신경이 손상되는 녹내장에 길이 6㎜의 튜브(젤 스텐트)를 삽입해 치료하는 신의료기술이 주목을 끌고 있다.

노승수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안과 교수는 최근 부산 BEXCO에서 열린 대한안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안약으로 안압이 조절되지 않는 녹내장 환자에게 시행한 14건의 녹내장 스텐트(XEN gel) 수술 결과를 발표했다.

노 교수는 지난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 수술을 시행했으며 수술 전 평균 29.14㎜Hg였던 안압이 수술 1개월 후 12.93㎜Hg로 56% 낮아졌고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적정 안압은 사람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10~20㎜Hg를 정상 안압으로 본다. 염증·출혈 같은 심각한 합병증은 없었다.


■섬유주절제술, 효과 좋지만 절제범위 넓고 재발 잦아

녹내장은 눈에 영양을 공급하는 방수가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아 안압이 상승해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방수가 그물망 구조의 섬유질 기둥인 섬유주까지는 잘 흘러가지만 그 이후의 경로에 문제가 생겨 잘 빠져나가지 못하거나(개방각 녹내장) 눈조리개 역할을 하는 홍채가 섬유주 입구를 막아버려(폐쇄각 녹내장) 발생한다.

환자의 90%가량이 개방각 녹내장이다. 높아진 안압은 시신경을 누르거나 시신경 등에 영양·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의 흐름에 장애를 일으키며 점진적으로 실명에 이를 수 있다. 가족력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방수는 눈의 각막~홍채~수정체 사이의 공간에 들어 있는 무색투명한 액체로 눈의 형태와 적정 안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눈 속 모양체(섬모체) 상피세포에서 분비되며 대부분 눈의 가장 바깥쪽 막인 각막 끝 부분에 있는 섬유주를 통해 슐렘관으로 배출된 뒤 혈관계로 운반된다. 모양체가 세면대의 수도꼭지라면 섬유주는 배수구 역할을 한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만성 녹내장 수술방법은 섬유주절제술. 개발된 지 50년이 넘었는데 흰자위를 덮고 있는 투명한 결막과 공막(흰자위)을 째고 들어가 막힌 섬유주의 일부를 잘라 내 방수가 결막 아래 공간으로 배출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절개 범위가 넓어 수술이 까다롭고 수술시간이 길며 젊을수록 수술부위의 섬유화가 빨라 재발될 위험이 높다.

그래서 절개를 최소화하고 수술효과가 좋으면서도 재발·합병증 위험이 낮은 수술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어져왔다. 국내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증받은 것으로는 ‘아이 스텐트’ 및 ‘젤 스텐트’ 삽입술이 있다.


아이 스텐트는 길이가 1㎜ 정도로 짧아 방수를 흰자위 밖(결막과 공막 사이)으로 빼내지는 못해 섬유주 이후 부분이 취약한 사람에게는 효과가 떨어진다.

반면 6㎜ 젤 스텐트는 1.8㎜ 정도의 절개창을 통해 주사기처럼 생긴 기구로 원하는 부위에 삽입하는 미세절개수술법이다.

흰자위 밖까지 관통해 방수를 결막 아래 공간까지 빼내 혈관이나 림프계를 타고 빠져나가게 해주므로 안압을 낮추는 효과가 확실하고 안정적이다. 섬유주절제술이 개복수술이라면 스텐트 삽입술은 복강경·로봇수술에 비유할 수 있다.

■건강보험 적용 안 돼 재료비만 120만원

젤 스텐트 삽입술은 절개부위가 작고 수술시간이 5~10분 정도로 짧다. 통증이 거의 없고 회복기간도 빠르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6~7년 전부터 보급됐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았다.

노 교수는 “일찍 도입한 외국에서는 수술효과가 섬유주절제술에 버금가고 수술을 받기도, 하기도 편한 게 장점”이라며 “다만 신의료기술 인정만 받은 단계에서 내년은 돼야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어 현재로서는 수술비 본인부담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 재료비가 120만원, 이를 뺀 수술비는 50만~60만원 수준이다.

방수 유출에 장애를 유발하는 섬유주 부분에 레이저를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조사해 문제를 일으킨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자극해 안압을 낮추는 ‘선택적 섬유주 레이저 치료’ 방법을 쓰기도 한다.

녹내장은 처음에는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야가 좁아지는 말기에 이르면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안압이 과도하게 상승하고 구토·출혈 증상이 나타나면 급성 녹내장을 의심해야 한다.

지난해 녹내장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은 90만여명. 60세 이상이 52%를 차지한다. 환자의 80%가량은 안압이 정상 범위(10~21㎜Hg)에 드는 정상 안압 녹내장이다.

증상이 없어도 40세 이상이거나 근시가 심한 경우,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녹내장 정밀검사(시야·시신경검사)를 받는 게 좋다. 엎드리거나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 역기를 들거나 물구나무서기, 과도한 술·담배·커피 등 안압을 높이는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

배형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 환자의 70~80%는 안약 치료만으로도 안압이 안전한 범위 내로 조절된다”며 “대부분의 안약은 매일 1~2회, 일정한 시간에 한 방울씩 점안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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