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펍테크(Pub Tech), 공직에 기술을 얹어라

2019-06-14 (금) 양향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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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산업에 기술이 융합하면서 새로운 용어가 생기고 있다. 교육에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을 결합한 에듀테크, 농산물 생산에 첨단기술을 적용한 애그테크, 광고에 모바일·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애드테크. 이제 공직에 기술을 결합한 펍테크(PubTech)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산하 노동청의 KAIST 출신 사회복무요원이 탁월한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으로 6개월이 소요될 잡무를 하루 만에 끝낸 일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1년간 보낸 등기우편 내역을 찾아 인쇄하라는 지시를 받고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그는 기존에 일하던 방식과 결별하고 자신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일처리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다. 정부 내 대표적인 펍테크는 전자정부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민원 발급, 행정정보 공유, 정부업무관리 시스템, 국세청 홈택스 등 행정과 시스템의 결합이 서비스 향상과 업무 효율화를 가져왔다. 국가인재원도 시공간을 초월해 학습할 수 있는 플랫폼과 콘텐츠를 제공하고 공직에 기술을 융합해 페이퍼리스 행정을 실행하고 있다.

필자가 민간기업에서 근무할 때 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 칩 에어리어를 30% 줄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전쟁 같은 기술시장에서 혁신의 DNA가 체화된 우리는 30%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30%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한발 더 나아가 설계 자동화를 실현하기로 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는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고 기존의 익숙함과의 과감한 결별로 경쟁자가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전 세대 대비 저장용량은 커졌으나 면적은 줄었고, 속도는 빠르나 전력 소모는 줄고 성능은 좋아지나 가격은 낮아진 패러독스 경영이 가능해졌다.

일상생활과 기술의 결합은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포노사피엔스’ 같은 신인류의 출현을 가져왔고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이제 펍테크도 고용부의 사례와 같이 일상 업무에 기술을 얹는 자발적 혁신으로 확산돼야 한다.

혁신 과정에서 실패하더라도 조직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심리적 안전감이 있다면 실패도 자산이 돼 성공을 이루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결국 키(key)는 정보통신기술(ICT) 역량과 열정을 가진 창의융합형 인재의 양성이다.

급속한 기술 변화와 융복합이 일상화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적 사고와 디지털 역량을 지닌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정답만 요구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실패한 경험을 통해 열정과 통찰을 얻는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가인재원은 융합적 관점의 창의성 계발, ICT 역량 강화 교육 등으로 융복합적·창의적 사고를 자극하고 미래 대응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ICT 역량과 융복합적 창의성을 갖춘 인재가 자신의 업무를 자발적으로 혁신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 그것이 바로 ‘적극행정’의 출발점이다.

<양향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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