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김정숙 여사, 황 대표 악수 생략”… 청“시간 여유 없었다”

2019-05-21 (화)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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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 한국당 겨냥 “독재자 후예” 비판… 황교안 참석 놓고 충돌

한국 “김정숙 여사, 황 대표 악수 생략”… 청“시간 여유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 왼쪽 맨 뒤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는 김정숙 여사가 보인다. <연합>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둘러싸고 행사 이후에도 여야의 정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고 국민 통합을 지향하는 자리가 됐어야 하는데, 정치권의 행태는 본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났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기념식장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악수하지 않은 것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5·18 기념식에서 김정숙 여사가 황교안 대표와 고의적으로 악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민 대변인은 19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공손하게 악수했던 김정숙 영부인께서 황 대표에게는 왜 악수를 청하지 않고 뻔히 얼굴을 지나쳤을까요”라며 “남북화합 이전에 남남화합을 먼저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 대표와 함께 기념식장에 참석했던 민 대변인은 “김정숙 영부인은 황 대표 우측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악수한 뒤 악수를 청하지 않은 채 황 대표 얼굴을 뻔히 쳐다보고 황 대표 좌측으로 넘어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에게 악수를 청했다”고 전했다. 민 대변인은 “황 대표는 의자와 우산, 물병이 날아다니는 속에서도 화합을 위해 광주를 찾았다”며 “손 한 번 잡아주면 되는데, 그 손을 뿌리친 모습은 분열과 협량의 상징이 돼 이 정권을 괴롭힐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김 여사가 문 대통령의 속도에 맞춰서 걷다 보니 악수하지 않고 지나가게 된 것”이라며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일 뿐 일부러 황 대표와의 악수를 건너뛴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 자문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여사님과 악수를 하지 못해 아쉬웠다면 그만인 것을, 굳이 황당한 의미를 부여해 대통령과 여사님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참 못됐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독재자의 후예’를 언급하며 한국당을 겨냥한 것은 자신을 ‘좌파 독재’라고 비난하고 5·18 폄훼 발언 의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하지 않는 세력과는 협치하기 어렵다고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독재자 후예’를 운운하며 사실상 우리당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면서 “반쪽짜리 기념식을 본 듯해 씁쓸하다”고 반발했다. 이날 황교안 대표는 기념식 참석 과정에서 물을 뿌리고 욕설을 하며 의자를 던지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황 대표는 총리 자격으로 참석한 3년 전과는 다르게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했으나 분향도 하지 못한 채 자리를 떴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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