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레인 “이란·이라크 내 자국민 즉각 철수”… 이란 위협 부각

2019-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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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엑손모빌, 이라크 남부 유전에서 직원 전원 철수

▶ “미, 중동 군사적 긴장 과잉 조장” 비판도

바레인 정부는 18일(현지시간) 안전을 이유로 이란과 이라크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즉시 철수하라고 권고하고 이 두 나라로 여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바레인 외무부는 '불안정한 지역 정세, 위험 증가, 잠재적 위협'을 이유로 이런 조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위협의 주체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이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핵합의 탈퇴와 중동 내 군사력 증강으로 이란의 정치·군사적 긴장이 첨예해진 가운데 특정 정부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이란과 이라크에서 철수하라고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다른 친미 정부에도 영향을 끼칠 공산도 있다.


바레인 정부의 철수 권고로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정치·외교 공방에 그치지 않고 실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바레인은 사우디아라비아, 미국의 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걸프 수니파 군주 국가다. 그러나 국민의 과반이 시아파인 탓에 이란의 개입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바레인의 시아파 무슬림은 성지순례를 위해 시아파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란을 방문하는 경우가 잦다.

이날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도 이라크 남부 바스라 주의 서(西)쿠르나-1 유전에서 자사 직원 50명 전원을 철수했다고 아랍에미리트(UAE) 일간 더내셔널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라크 소식통을 인용해 "엑손모빌이 직원과 시설의 안전을 위해 소개(疏開) 대책을 가동했다"라며 "이는 전세계에 파견된 우리 직원과 시설에 적용되는 기준이다"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관련 소식통을 인용, 이 유전의 비(非)이라크인 직원이 17일과 18일 이틀간 모두 항공편을 이용해 UAE 두바이로 피신 중이라면서 이라크인 직원이 남았기 때문에 원유 생산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의 주요 유전지대인 바스라에는 로열더치셸, BP, 러시아 루크오일, 이탈리아 에니(Eni) 등이 이라크 정부와 계약을 맺고 유전에서 원유를 생산한다.


로열더치셸은 더내셔널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바스라는 주민 대다수가 시아파인 데다 이란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이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곳이다.

미 국무부가 15일 이라크 주재 외교공관에서 비필수 업무를 하는 자국 공무원에 대해 철수령을 내린 데 이어 미국 회사와 친미 국가가 잇따라 이란의 위협을 이유로 선제적 보호 조처를 결정한 셈이다.

미국은 이런 조처로 이란의 위협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라크, 시리아, 예멘, 레바논 등에서 활동하는 친이란 무장조직을 통해 미국 또는 우방의 국민과 정부 시설, 군기지 등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필요 이상으로 이란 위협을 과잉 해석해 위기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란 정부는 이라크 내에서 어떤 나라도 위협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중국을 방문 중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8일 이란 국영 매체에 "우리가 전쟁을 원하지 않고, 중동에서 이란과 맞서겠다는 것은 환상이기 때문에 (미국과)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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