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폐증 딛고 졸업연설까지‘인간승리’

2019-05-18 (토) 구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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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어몬트 맥케나 칼리지 한인학생 브루노 윤

▶ 선천적 장애 극복, 3개 전공·평점 3.8‘우수’

자폐증 딛고 졸업연설까지‘인간승리’

자폐를 극복한 인간승리 스토리의 브루노 윤씨. [클레어몬트 맥케나 홈페이지]

선천적인 자폐증을 극복하고 뛰어난 성적으로 모든 학업을 수료하며 남가주의 명문 리버럴 아츠 칼리지인 클레어몬트 맥케나 칼리지의 졸업생 대표 연설자로 뽑힌 한인 학생이 화제다.

17일 LA 타임스는 3세 때 자폐증 진단을 받은 브루노 윤(22)씨가 이를 극복하고 클레어몬트 맥케나 칼리지에서 철학,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학점 평점 3.8의 성적으로 18일 열리는 졸업식에서 졸업 연설을 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윤씨의 성공담은 매우 흔치 않은 사례다.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59명 중 1명이 자폐증 판정을 받으며 그 중 약 3분의 1이 지적 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폐증을 연구하는 알라바마 대학 심리학 교수 수잔 화이트에 따르면 자폐아 중 지적장애가 없더라도 절반 정도만이 대학교에 진학하며 대다수가 커뮤니티 칼리지로 시작해 4년제 대학교로 편입을 시도하지만 그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화이트 교수는 “자폐 진단을 받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정신건강 문제로 씨름하다가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윤씨에게 학업은 그다지 큰 장애물이 아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그는 대학 진학 전 로스 알라미토스 고등학교에서 13개의 AP과목들을 수강하고 모든 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러내 거의 완벽한 학점으로 수석 졸업했다.

이처럼 뛰어난 성적으로 UC 버클리와 클레어몬트 맥케나 칼리지 등 명문대에 합격한 윤씨는 버클리 대신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어릴 적부터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하던 그는 평소에 혼자 외딴 섬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왔고, 그러한 감정을 더 이상 느끼기 싫어 학생수가 3만 명이 넘는 UC 버클리 대신 1,300여 명으로 규모가 훨씬 작은 클레어몬트 맥케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클레어몬트 맥케나 칼리지의 제니퍼 샌도발-댄스크 입학부처장은 학교 측이 매년 약 330명의 자폐 학생들의 지원서를 받고 있는데 이중 극히 일부만 합격을 하게 된다며 학생이 본인의 증상을 알리지 않는다면 학교 측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윤씨는 대학 지원 시 자신의 퍼스널 에세이에 여름 봉사활동 때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힘겨웠지만 한 남성이 해준 악수와 격려로 인해 자신감을 얻었다는 내용을 적었고 샌도발-댄스크는 이 내용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대학 입학 후 윤씨는 적극적인 수업 참여와 뛰어난 리서치 능력, 글 솜씨 등으로 정치학과의 존 피트니 교수 등의 이목을 사로잡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클레어몬트 맥케나 칼리지 측에 따르면 윤씨는 작고한 한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인 혼혈이다.


윤씨의 모친은 LA타임스에 아들이 어렸을 적 화장실 사용을 못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지 못하며 선생님의 지시사항 조차 제대로 따르지 못해 유치원을 다니지 못했던 상황을 떠올리면 지금의 변화가 매우 놀랍다고 전했다. 그녀는 아들을 위해 개인 도우미도 고용하며 언어, 운동신경 및 사회적 발달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들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는 윤씨의 어머니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폐증을 앓고 있어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롤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데이터 과학과 기계공학을 독학하며 구직 준비를 하고 있는 윤씨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에 대학진학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의 사례가 그들 또한 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될 것 같다”며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구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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