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中과 무역전쟁속 동맹과 긴장완화로 확전 차단… “中에 집중”

2019-05-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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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맹논리’ 내세워 관세전선 분산 막았지만…EU·日 지렛대 강화 차원도

▶ 외신 “중국 늪에 빠진 美, 동맹과 갈등 완화…관세 위협 계속 활용 가능성”
車관세 결정 연기 “재협상 이뤄진 한미협정 고려”…향후 韓 제외 기대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하루 동안 관세와 관련, 두 가지 조치를 차례로 단행했다.

수입차와 부품에 대한 25% 고율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연기키로 하는 포고문을 발표한 데 이어 캐나다·멕시코산(産)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철폐,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비준의 중대 걸림돌을 제거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서로 물고 물리는 '관세 폭탄'으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동맹국들과의 무역 분쟁에서는 속도나 수위조절을 통해 확전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관세 분야의 전선을 정리함으로써 중국에 '올 코트 프레싱'하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인 셈이다.


최대 무역·통상 무기로 활용해온 관세 카드를 '들었다 놨다' 하는 식으로 휘둘러가며 동맹에는 일단 손을 내밀어 긴장을 낮추고 중국의 숨통은 더욱 조이는 모양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포고문 발표를 통해 유럽연합(EU)과 일본, 그 외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부과 결정을 최장 180일 연기하기로 했다. 상무부가 지난 2월 1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산 차량과 부품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 보고서를 제출한 데 대한 검토 시한(18일)을 하루 앞두고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토대로 수입 자동차 및 부품이 국가안보를 해친다며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철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캐나다와 멕시코도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지난해 6월 1일 캐나다와 멕시코의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한 지 거의 1년 만이다.

이로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할 USMCA의 각국 비준 절차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AP통신은 "미국의 라이벌인 중국과의 무역 분쟁의 늪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들과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는 중국과의 진전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과의 무역 갈등을 완화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적 무역 충돌을 중단하라는 국내적 압박에 고개를 숙이는 한편 점점 고조되는 중국과의 무역 전투에 집중하기 위해 동맹들과의 무역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자동차 관세 연기 결정과 관련, "핵심 동맹들과의 관세 전쟁에서 또 다른 전선의 시작을 피하려는 차원"이라며 "이번 연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점점 심화하고 있는 무역 전쟁에 직면한 가운데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실제 미 당국자들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쉽지 않게 전개되고 있는 점과 USMCA의 의회 비준이 시급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은 관세 카드를 내밀 적기가 아니라고 판단해 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트럼프 행정부 내 기류를 전했다.

가뜩이나 외교·안보 분야에서 이란과 베네수엘라, 북한 등 '3대 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있고, 경제·통상 분야에서 중국과 '벼랑 끝' 무역 대치를 벌이는 상황에서 여러 나라를 상대로 한 '자동차 관세 폭탄'까지 투하, 동맹들과도 마찰을 벌일 경우 재선 가도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

동맹들에는 일단 손을 내밀며 무역전쟁 숨 고르기를 해가면서 모든 화력을 중국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멕시코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관세 철폐가 자칫 중국의 관세 회피용 우회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원산지 확인절차도 강화토록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이번 자동차 관세 결정 연기 조치에는 일본 및 EU와 무역협상에서 자동차 관세 카드를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동맹 논리보다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철저히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여왔다는 점에서 자동차 '관세 폭탄'은 여전히 화약고로 남아 있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 시간표를 6개월 뒤로 미루긴 했지만,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은 견지하고 있어서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180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추가 조처를 할지 여부와 취한다면 어떤 조처를 할지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압박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EU와 진행 중인 무역협상에서 상대의 양보를 이끌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여전히 자동차 관세 위협을 활용하길 원한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고문에서도 수입산 차량과 부품이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상무부의 결론에 동의한다는 점을 적시했다. 언제든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명분을 들어 칼자루를 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연기 결정으로 일단 해당 국가들은 당장은 안도의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처지가 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재협상이 이뤄진 한미 협정, 최근에 서명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도 고려했다"고 언급, 이를 두고 향후 관세부과에서 한국의 제외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홍보자료에서 "대통령은 한국과의 FTA를 크게 향상하기 위한 조처를 했으며, 이로써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핵심 개선사항들을 확보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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