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극 황제펭귄 군집 멸종 위기…아기 펭귄 약 1만 마리 사라진 뒤 개체 수 회복 안돼

2019-05-06 (월) 한국일보-New York Times 본보 특약
작게 크게
남극 황제펭귄 군집 멸종 위기…아기 펭귄 약 1만 마리 사라진 뒤 개체 수 회복 안돼

2005년 촬영된 남극 황제펭귄의 모습. [AP]

남극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황제펭귄 집단이 2016년 멸종 위기에 처했다가 현재까지 개체 수가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최근 발표된 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2016년 당시 열악한 기후 조건으로 아기 펭귄만 약 1만 마리가 사라졌다.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성인 펭귄 대부분은 인근 지역으로 이주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장기적으로 여전히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필 트래탄 ‘영국 남극 자연환경 연구소’(British Antarctic Survey) 보존 생물학 박사는 “남극 황제펭귄 집단이 이주한 거주지는 예전에 여겨졌던 것만큼 안전하지 않다”라며 “기존 헤일리 베이 군집지는 완전히 사라졌다”라고 보고서 성명을 통해 밝혔다.

지구상 펭귄 중 몸집이 가장 큰 황제펭귄에게 바닷물이 얼은 ‘해빙’(Sea Ice)이 알을 낳고 털갈이를 하는 주 생활지다. 육지에서는 빙하 절벽을 오늘 수 없기 때문에 기온이 상승하거나 강풍 현상이 발생할 경우 황제펭귄은 위험에 처하기 쉽다. 2015년 발생한 60년래 최악의 엘니뇨 현상으로 남극 헤일리 베이 지역에는 강풍과 함께 해빙 면적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황제펭귄은 대개 아기 펭귄이 날 수 있고 털이 자라는 4월부터 12월까지 헤일리 베이 지역에서 거주하는 데 당시 아기 펭귄이 완전히 성장하기 전에 폭풍이 발생했다. 트래탄 박사에 따르면 당시 폭풍이 발생한 첫 해 펭귄 알과 아기 펭귄을 합쳐 약 1만 4,500~2만 5,000 마리의 펭귄이 소실됐고 현재까지 개체 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후 3년간 황제펭귄의 개체 수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연구팀이 밝혔다.

헤일리 베이에 서식하는 황제펭귄의 개체 수는 전 세계 황제펭귄의 약 8%를 차지하기 때문에 황제펭귄 전체 개체 수에는 큰 위협은 아니다. 전 세계 약 54개 군집지에서 연간 약 13만 마리~25만 쌍의 황제펭귄이 서식하고 있다. 1956년부터 남극에서 펭귄을 연구하고 있는 영국 연구팀에 따르면 황제펭귄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과학자들도 기후 변화로 인해 이번 세기말까지 황제 펭귄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란 경고를 내놓고 있다. 스테파니 제누비어 매서추세츠 우즈홀 해양 연구소 연구원은 향후 수십년내에 황제 펭귄의 개체수가 전세계적으로약 3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제누비어 연구원은 예측은 2015년 발생 폭풍에 따른 결과는 포함하지 않아 실제 감소율은 더욱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위성 촬영에 따르면 많은 펭귄이 남쪽으로 약 35마일 떨어진 도슨-램튼 지역으로 이주한 것이 확인됐다. 도슨-램튼 지역에서는 지난 수년간 펭귄 개체 수가 약 10배나 급증했다. 뉴욕 스토니 브룩 대학 헤더 린치 생태 진화학과 조교수는 “펭귄 이주가 확인된 것은 단기간이지만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 매우 희망적인 사실”이라며 “과거 연구에서 펭귄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가 불가능한 동물로 여겨진 바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New York Times 본보 특약>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