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대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인가’-. 베네수엘라의 좌파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가 TV에 모습을 드러냈다. 충성을 서약하는 군사령관들을 대동하고. 그는 의기양양해 외쳐댔다. “쿠데타에 맞서 싸워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겸 임시대통령이 마두로의 퇴진을 촉구하는 군사봉기를 일으킨 지 3일 만에 일어난 반전성의 해프닝이다. 대대적 민중봉기도 없었다. 주요 군장성들의 이탈도 없었다. 그러자 던져지고 있는 질문이다.
당당하게 군사봉기를 촉구하고 나선 과이도. 그 과이도에게 바로 쏟아진 워싱턴 블레싱- 그 모습은 피플 파워의 승리를 가져온 30여 년 전 필리핀 사태를 연상케 했다.
마르코스 독재에 저항해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관망하던 워싱턴은 민주세력을 지지하고 나섰다. 그리고 얼마 후 마르코스를 떠받들었던 군부가. 민주화 지지선언을 했다. 장기 독재체제는 결국 무너졌다.
그 시나리오가 기대됐다. 그러나 찾아든 것은 결국 교착사태다. 저마다 정통성을 주장하는 두 대통령, 그 기묘한 사실상의 내전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마두로를 과소평가했다. 과이도를 과대평가했고. 그 워싱턴의 오판의 결과다.” 아마도 틀리지 않은 진단 같다. 그러나 큰 그림으로 보면 뭔가 하나의 세계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Cold War Redux(되돌아온 냉전)’- 요즘 워싱턴을 달구고 있는 화두다.
‘스트롱 맨’들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이와 함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반(反) 자유주의 세력과의 대결양상으로 세계정세는 변모해가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독재체제와 테러리즘을 부추기는 세력들이 반자유주의 진영으로 그 전선이 날로 확대되면서 오늘날의 세계는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는 거다.
베네수엘라 사태도 그렇다. 실패한 사회주의 독재체제, 그리고 이에 맞서 싸우는 자유민주주의 지지 시민. 이 틀에서만 볼 수 없다는 거다.
러시아, 중국, 쿠바, 이란, 그리고 일부 권위주의 형 독재체제가 마두로를 돕고 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과이도에게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대다수 유럽국가와 주요 라틴아메리카 국가 등 50여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
마두로 체제유지의 최첨병은 3만 정도로 추산되는 쿠바 고문단이다. 권부의 요소요소를 장악하고 반정부, 특히 군부 내 반마두로 세력 준동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쿠바뿐이 아니다. 시진핑의 중국은 경제원조에 인공지능 안면감식체계 지원 등을 통해 체제유지를 돕는다. 푸틴 러시아의 행보는 더 적극적이다. 폭격기 파견도 모자라 군사고문단을 투입해 지원하고 있다.
상황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등 이슬람 테러집단의 진출이다. 궁극적인 테러 타깃은 미국 본토다. 그 이슬람 테러집단의 라틴 아메리카 거점으로 베네수엘라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자칫 미국 본토의 안보까지 뒤흔들 사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면 민주화세력은 완전히 패배, 마두로 체제는 굳건하다는 이야기인가. “그건 아니다. 현재의 교착상황은 마두로 축출이 거의 성공했을 뻔 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길어야 마드로 집권은 수개월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군 사령관의 말이다.
우고 차베스는 집권 5년 만에 경제를 반 토막 냈다. 후계자 마두로 체제 들어서도 경제는 계속 수축, 베네수엘라는 최악의 재난상황을 맞고 있다. 그러니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다. 쿠바를 비롯해 반 자유주의 세력이 필사적으로 돕고 있다. 그러나 한계에 봉착, 체제붕괴는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거다.
‘그 베네수엘라 사태를 초조히 지켜보고 있다. 누가. 김정은이다.’- 미 의회 전문지 힐의 보도다. 국가를 거덜 낸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정권의 말로는 자신의 앞날과 관련해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라는 지적이다.
그 김정은의 착잡한 심정은 블라디보스토크 회담에서 푸틴에게 한 말에서 찾아진다는 것. 김정은은 외부의 군사공격에 따른 붕괴는 물론 내부봉기에 따른 붕괴로부터의 체제보장까지 미국이 해줄 것을 푸틴을 통해 요청한 것으로 힐지는 밝혔다.
반(反) 김정은 조직인 ‘자유조선’의 스페인주재 북한대사관 침입사건에 미 CIA가 관련됐다는 보도와 베네수엘라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가 인권카드를 빼든 점에 특히 주목, 김정은은 자신의 장래와 관련해 몹시 초조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름이 아니다. 인권카드에 반드시 뒤따르는 것은 ‘레짐 체인지’(체제전복)정책으로 베네수엘라에서 성공하면 바로 북한을 타깃으로 그 정책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문재인 좌파정권은 어떤 시각으로 베네수엘라 사태를 주시하고 있을까.
경제 전반에 적색경보 등이 켜졌다. 그 가운데 시시각각 훼파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있는 민주주의 보호막이다. 사법부가 무너지고, 언론이, 사회단체가 장악된다. 그리고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것은 ‘정당을 해산하라’는 반헌(反憲)적인 사이버 인민재판이다.
문재인 좌파정권 집권 2년. 대한민국은 사실상의 내란상태에 돌입한 것 같은 모양새다. 그래서 던지는 질문으로 혹시 차베스의 후계자 마두로를 내심 지지하고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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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