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학 4년 - 평생친구 만드는 기회

2019-04-20 (토) 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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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이웃의 레슬리가 딸 패티의 UCLA 합격을 축하하기 위해 집에서 간단한 다과모임을 가졌다. 대부분 학부모인 손님들은 패티의 합격을 축하하면서, 지난 수년 동안 패티가 어떻게 대학입학 준비를 해왔는지 여러가지 질문을 했다. 레슬리는 딸이 학과공부와 과외활동을 병행하느라 긴장된 수년을 보냈고, 그 동안 자신은 옆에서 감시와 격려를 적절히 조절하느라 무척 힘들었다는 공치사 섞인 경험담을 얘기해 주었다.

이어서 그는 합격 축하무드가 지나고 나니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고 했다. 전국의 영재들이 모인 캠퍼스에서 딸이 공부를 못 따라가면 어쩌나, 부모의 감시를 벗어나서 공부보다 노는데 정신이 팔린 ‘파티 걸’이 되면 어떡하나하는 걱정들이었다. 딸의 기숙사 옆에 아파트를 구해서 이사를 갈까도 가끔 생각 중이라는 진담 반 농담 반의 이야기를 해서 그 자리에 모인 학부모들 모두 한바탕 웃었다.

그러고 나자 옆에서 얘기만 듣고 있던 존이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50대 초반인 그의 두 아들은 현재 대학 재학 중이다. 그의 이야기는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캘리포니아의 작은 로펌에 재직하던 그는 5년 전 회사가 타주에 있는 대형 회사에 합병 되자 자진퇴사를 택했다. 20여년 열심히 일해서 가정도 이루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되었으니, 낯선 타주로 이주하기보다 당분간 쉬면서 천천히 새 직장을 찾으리라는 계산이었다.


반년 가까이 쉬고 난 후 새 직장을 찾으려고 법률회사 몇 군데를 알아보는데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40대 후반이라는 나이와 경력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곳을 찾기 어려웠던 것이다.

퇴직한지 1년이 지난 때, 존 부부는 스탠포드 대학 주관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수료한 아들을 데리러 갔다. 프로그램이 끝나는 날이어서 주최 측은 참가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위한 야외 햄버거 파티를 마련하였다.

우연히 앉게 된 테이블에서 존은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대학동창을 만났다. 그의 친구는 큰 식품도매상의 간부로 재직 중이라고 자기소개를 했다. 이렇게 두 동창이 만난 후 실직 중이던 존은 친구의 소개로 같은 회사에 취직을 했고, 1년 후 관리직급으로 승진을 했다. 비록 그의 본래 직업인 변호사 직은 아니지만, 수입도 혜택도 좋아서 만족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나 한 사람의 경험담이지만,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친구관계가 참 중요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대학 4년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경제적 배경의 우수한 두뇌들을 만나는 기회이고, 삶의 스트레스를 나눌 수 있는 인정과 인품을 갖춘 친구들을 만나는 기회입니다. 또 졸업 후에는 서로의 네트웍을 통해서 상부상조 할 수 있는 평생친구를 만드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대학시절에 공부 열심히 해서 실력을 쌓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 꺼낸 얘기입니다.”

이제 곧 인생의 새로운 장을 시작한다는 기대에 들떠있는 예비 대학생들에게,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몇 번이라도 강조해주어도 지나침이 없다는 생각이다.

<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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