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학업 스트레스·과열 경쟁·우울증···극단적 선택

2019-04-19 (금)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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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되는 명문교 학생 자살

▶ 학부모들 지나친 기대 금물··· 신뢰 쌓아야, 교내 핫라인·자살예방센터 상담 도움을

오렌지카운티의 대표적 명문 고등학교인 트로이 고교에 재학하던 9학년 한인 여학생이 지난 16일 칼스테이트 풀러튼 캠퍼스 주차장에서 투신해 결국 숨진 사건(본보 18일자 A1면 보도)에 따라 LA 한인사회에서는 청소년들의 자살 원인과 그 심각성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학생 자살 사례들이 학업이나 성적 스트레스가 높은 명문고와 명문대들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많고,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타인종 커뮤니티와 비교해‘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훨씬 더 부각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한인 학생들이 학업과 성적으로 받는 스트레스와 우울함의 강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과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사례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자살이 종종 발생해왔다. 지난 1999년 세리토스 위트니 고교를 수석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한인 남학생이 학교 기숙사에서 음독 자살로 숨졌었다.


지난 2009년에는 역시 하버드대에 다니던 한인 여학생이 기숙사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는데 당시 경찰은 사망 원인을 자살로 보고 조사를 벌였다. 이 여학생은 당시 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하버드에 진학, 신경생물학을 전공하며 의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또 지난 2016년 5월에는 브라운 대학에서 심리치료를 전공 중이던 또 다른 한인 남학생이 기숙사 안에서 자살한 채 발견됐고, 같은 해 12월 민족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내 유수 대학들에 연쇄 합격해 영재로 이름을 알렸던 남학생도 프린스턴 대학교 기숙사 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명문대 스트레스

몇 년 전 뉴욕타임스는 명문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자살에 대한 기사를 게재하며 “고교 시절에 모든 게 완벽했던 최우수 학생들이 명문대 진학 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불안과 우울증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문은 또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펜실베니아대학에서는 2014~2015년 사이 13개월간 6명이 목숨을 끊었고, 코넬대학교에서는 2009~2010년 사이 6명이 자살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컬럼비아 대학교 기숙사의 공용 화장실 안에서 한 아시안 남학생이 목을 매달아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명문대생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기대에 대한 부담감과 이른바 ‘엘리트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 선택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은

실제로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2017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은 10대, 20대의 사망 원인 중 교통사고에 이어 두 번째로 꼽히며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10대, 20대 학생들의 높은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먼저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과도한 성적을 요구하지 않고,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녀들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는 부모들이 언제든지 도울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알려줘 서로 간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각 학교마다 학생들을 위해 교내 상담 핫라인, 상담 프로그램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처방을 내놓고 있다.

한편 남가주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비영리기관 ‘디디허시 자살예방센터’는 지난 2012년부터 한국어 전화라인(877-727-4747)을 개설해 매일 오후 4시30분부터 새벽 12시30분까지 한인들의 자살 관련 전화상담을 돕고 있다.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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