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해찬 ‘총선 싹쓸이’ 발언 논란… 야당 “정신 차려라”

2019-04-19 (금)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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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어려운데 오만한 발상, 독재하겠다는 얘기냐” 맹공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싹쓸이’ 의지를 밝히자 ‘너무 오버한다’는 뒷말들이 무성하다. 내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전체 300석 중 87%인 260석을 차지해 압승을 거두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7일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 협의회 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125명 원외위원장들이 내년 총선에서 다 당선되면 우리는 240석이 되고,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260석쯤 될 것”이라며 “실제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압승해 지역 기반이 굉장히 좋아져 충분히 우리가 꿈꿔볼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정권을 두 번 빼앗겼을 때 나라가 역행·역진한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계속해서 재집권할 수 있는 기반이 확고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성곤 원외지역위원장 협의회장은 260석 목표 제시에 대해 “현실은 녹록지 않다”며 “지금은 좀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 같지만, 연말이 되고 내년 총선이 가까워지면 또 한 번의 전세 역전 상황이 분명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냉소적 반응들이 쏟아지자 민주당은 즉각 “총선 목표를 특정 의석수로 설정한 것이 아니고 독려 차원의 덕담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20년 집권론’을 거론한 데 이어 “대통령 열 번은 더 당선시키겠다”며 사실상 ‘50년 집권론’을 제시해 오만하고 독선적인 발상이란 비판을 받았다.

전체 의석의 87% 차지는 일당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복수 정당제를 택한 민주 국가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이다. 만일 여당의 국회 독점 현상이 벌어진다면 야당의 견제 기능은 무력화되고 의회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는다. 이 같은 과욕 속에는 총선 압승 의지와 함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적폐·반평화 세력’으로 무시하려는 독선적 사고가 깔려 있다.

유권자들은 “추락하는 경제 지표를 보고도 총선 싹쓸이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지난 3월 30대와 40대의 일자리는 25만명이나 줄었고, 청년 체감실업률은 25.1%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은 18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다시 낮췄다. 소득 분배도 전혀 개선되지 않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정권 중간 평가에서 좋은 성적표를 거둘 수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선거 심판을 피하려면 국민 살림살이 개선에 앞장서라는 게 유권자들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260석 목표 발언에 대해 18일 야당은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쏟아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자뻑(자기도취)도 이런 자뻑이 없다”며 맹비난했다. 한국당은 또 “황당무계한 목표도 우습지만 그렇게 되려면 경제 살릴 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국당 공천혁신소위 위원장을 맡은 김선동 의원은 “200석 이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안 하고 일당 독재를 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국민들이 내년 총선에서 권력 독점 세력의 ‘정치 독과점’을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신차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을 우습게 아는 오만한 발언”이라며 “헌정 사상 최악의 국회로 기록되고 있는 1973년 9대 총선 때 유신정우회가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당 대표로서 격려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표의 과장된 표현이 국민들에게 오만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여당의 모습으로 비칠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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