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존자들 “아직도 총격 악몽에 시달린다”

2019-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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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럼바인 고교 총기 참사 20주년

▶ “사고 후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분노

생존자들 “아직도 총격 악몽에 시달린다”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1999년 4월21일 콜로라도 덴버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인근 지역 고교생들이 슬픔을 가누지 못하며 서로를 위로하던 모습. [AP]

생존자들 “아직도 총격 악몽에 시달린다”

1999년 4월24일 컬럼바인 고교 캠퍼스 내 테니스코트 철책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13송이의 장미꽃이 꽃혀 있는 가운데 한 소년이 망연자실하게 학교를 바라보고 있다. [AP]


미국 전역에 충격을 안겨준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교 총기참사를 겪은 생존자들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외신들이 18일 보도했다.

컬럼바인 총격 사건은 20년 전인 1999년 4월20일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컬럼바인 고교 재학생인 에릭 해리스(당시 18세), 딜런 클리볼드(당시 17세)가 교정에서 소총으로 무장한 채 총탄 900여 발을 무차별 난사, 학생 12명과 교사 1명 등 총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다. 사건을 일으킨 이들 2명은 이 학교 도서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참사 당시 15살이었던 어맨다 듀란(35)은 아직도 그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그날 개인적인 학교 문제로 상담사와 약속이 잡혀있었다.


도서관에서 상담사를 기다리던 그녀는 무언가 퍽퍽 튀는 듯한 소음을 들었다. 그리고는 2명의 중무장한 학생들이 도서관에 뛰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안전한 곳을 찾아 재빨리 움직였다.

어맨다 듀란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내 바로 옆에 있던 여학생을 총으로 쐈을 때 ‘쾅’ 하는 소리를 들었다”며 “그 순간 다음 차례는 내가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공포의 순간을 회상했다.

당시 목숨을 건진 그녀는 참사 이후에도 총기사건이 잇따르며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사회 현실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듀란은 “지난 19년을 찢어지는 슬픔 속에서 살아왔는데 이제는 분노로 바뀌었다”며 “(총기사건 이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사건 당시 컬럼바인 고교 교장이었던 프랭크 디앤절리스(64)는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첫 번째로 하는 일이 13명의 희생자 이름을 소리내 말하는 것”이라며 “사무실에 가면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로이터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미국 사회는 컬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해마다 되풀이되는 학교 내 총격 사건으로 몸서리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컬럼바인 고교 총기참사 20주년을 앞두고 컬럼바인 총기난사에 심취한 10대 여성 용의자가 일대 학교를 상대로 협박을 가해 이 지역 20여 곳의 학교들이 모두 임시 휴교를 하는 등 발칵 뒤집혀 20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이 여성 용의자는 컬럼바인 고교가 위치한 지역 인근 산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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