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토트넘, 사상 첫 ‘챔스 4강’신화 썼다

2019-04-18 (목)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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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 19·20호골 폭발… 맨시티 꺾은 ‘맨 오브 더 매치’

▶ 합계 4-4, 원정골로 4강 올라 ‘돌풍의 팀’ 아약스와 격돌

토트넘, 사상 첫 ‘챔스 4강’신화 썼다

손흥민이 선제골을 터뜨린 뒤 공중으로 솟아 오르며 환호하고 있다. [AP]

토트넘, 사상 첫 ‘챔스 4강’신화 썼다

그림같은 오른발 슈팅으로 두 번째 골을 뽑아내는 손흥민. [AP]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역대급 ‘미친’ 경기였다. 마지막 휘슬이 올리는 순간까지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숨쉬기도 힘들었던 대혈전 드라마가 펼쳐진 매치에서 토트넘은 맨체스터시티에 3-4로 패했으나 1차전 1-0 승리 덕에 두 경기 합계 4-4를 이루며 타이브레이커인 원정골로 맨시티를 따돌리고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4강에 진출했다.

토트넘의 ‘손세이셔널’ 손흥민은 1차전 결승골에 이어 이날 팀의 첫 두 골을 뽑아내는 신들린 활약으로 토트넘이 4강에 오르는데 최고 수훈을 세워 이날 경기의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됐다. 하지만 그는 이날 후반 초반 받은 경고로 인해 대회 경고가 3개로 늘어 아약스(네덜란드)와의 준결승 1차전을 결장하게 됐다.

17일 영국 맨체스터의 에디하드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대회 8강 2차전에서 토트넘은 경기 시작 4분 만에 맨시티의 라힘 스털링에게 선제골을 얻어맞고 불안하게 출발했다. 왼쪽 측면에서 케빈 드 브루이너의 패스를 받은 스털링은 페널티박스 안으로 파고들다 수비수 키어런 트리피어를 따돌리고 그림 같은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토트넘 골문 오른쪽 상단을 꿰뚫었다.


하지만 토트넘엔 손흥민이 있었다. 불과 3분 뒤인 전반 7분 델리 알리의 스루패스를 수비수 아이메릭 라포테가 발을 내밀어 막은 볼이 손흥민 쪽으로 흐르자 손흥민은 지체없이 오른발 슈팅으로 맨시티 골문을 열어 1-1을 만들었다. 합계 2-1 리드를 잡는 골이자 동률시 타이브레이커를 토트넘에 안겨준 천금 같은 골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전반 10분 미드필드에서 상대 볼을 가로채 얻은 역습상황에서 크리스천 에릭센이 페널티박스 왼쪽으로 패스를 내주자 손흥민은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맨시티 골네트를 다시 흔들어 경기를 뒤집었다.

불과 3분 간격으로 전광석화 같이 두 골을 뽑아낸 손흥민은 이번 시즌 총 20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한 시즌 최다골 기록(21골, 2016-17시즌) 경신을 눈앞에 두게 됐다. 또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2골을 기록, 막심 샤츠키흐(우즈베키스탄·디나모 키예프·11골)를 제치고 이 대회 아시아 선수 역대 최다골 기록의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번 시즌 쿼드러플(4관왕)에 도전한 맨시티는 역시 강팀이었다. 손흥민의 역전골이 터진 뒤 불과 1분 만에 베르나르도 실바가 왼발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았고 21분엔 드 브루이너의 환상적인 크로스를 첫 골의 주인공 스털링이 침착하게 왼발로 마무리해 3-2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경기 초반에 마치 핸드볼 경기처럼 골이 쾅쾅 터진 이 경기는 대회 역사상 가장 빠른 시간에 4골과 5골이 터진 경기로 기록됐다.

하지만 맨시티의 3-2 리드에도 불구, 종합 스코어는 3-3 동점이었고 손흥민의 원정골 덕에 타이브레이커는 토트넘 쪽에 있었다. 최소한 한 골 이상 더 필요했던 맨시티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졌고 토트넘은 설상가상으로 미드필드의 핵심인 무사 시소코가 부상을 입고 전반 40분 페르난도 요렌테와 교체되는 악재를 만났다. 하지만 토트넘은 전반 43분 역습에서 손흥민이 위협적인 왼발슈팅을 날리는 등 물러서지 않고 맞서 전반을 추가 실점없이 마쳤다.

손흥민은 후반 3분 드 브루이너의 위협적인 돌파를 저지하다 옐로카드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다음 경기를 못 뛰는 아쉬움을 만났다. 하지만 다음 경기보다는 이날 경기가 먼저였다. 맨시티의 위협적인 파상공세가 이어진 가운데 토트넘은 후반 13분 역습상황에서 손흥민의 돌파와 요렌테의 헤딩슛으로 찬스를 만들며 맞섰으나 결국 후반 14분 서지오 아궤로에게 마침내 리드를 빼앗기는 골을 내주고 말았다. 드 브루이너의 패스를 받은 아궤로는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대포알같은 오른발 슈팅으로 맨시티에 이 경기 4-2, 합계 4-3 리드를 안기는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토트넘도 그냥 주저앉지 않았다. 후반 28분 왼쪽 코너킥 때 볼이 공중으로 뛰어오른 요렌테의 골반 부위에 맞고 맨시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합계 4-4가 됐고 다시 타이브레이커를 쥔 토트넘이 앞서는 상황이 됐다. 비디오 부심(VAR)은 볼이 요렌테의 팔에 먼저 맞았는지를 장시간 검토했으나 결국은 ‘골 인정’ 판정이 나왔다.

이제 토트넘에게 승부는 남은 추가시간 포함, 나머지 20여분을 실점없이 버틸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되게 됐다. 하지만 맨시티는 후반 추가시간 3분께 스털링이 아궤로의 패스를 받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끝내 드라마틱한 승리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에디하드 스테디엄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하지만 잠시 후 VAR의 검토 결과 골이 터지기 전 아궤로가 볼을 잡은 지점이 오프사이드 위치였다는 판정과 함께 골 무효가 선언됐고 이 판정으로 모든 것이 뒤집혔다. 경기장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에서 장례식장 같은 침묵에 빠졌고 오직 소수의 토트넘 팬들만 열광했다. 두 번의 VAR 판정으로 맨시티는 시즌 쿼드러플이라는 큰 꿈이 안방에서 스러진 반면 토트넘은 구단 역사상 첫 챔스리그 4강 진출에 환호하고 또 감격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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