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션 임파서블’의 문재인 외교

2019-04-15 (월) 옥세철 논설위원
작게 크게
‘미션 임파서블’- 영화 제목이 아니다. 아시아타임스지의 기사 제목이다.

무엇을 하려고 문재인 대통령은 워싱턴에 오나. 어떻게든 트럼프를 설득해 북한제재를 풀거나 완화시키려는 것이다. 그 임무를 ‘mission impossible’로 내다 본 것이다. 뭐 그리 어려운 예상은 아니었다. 김정은을 향한 문재인 대통령의 애틋한 마음이랄까, 한국의 좌파정권의 본심이랄까 하는 것은 이미 미국의 조야에 잘 알려진 상황이었으니까. 그래서인지 문재인-트럼프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미 언론의 시각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미국의 정보계는 문 대통령이 워싱턴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완화를 요청해올 것이라고 조언을 해왔다.” 타임지의 보도다. 이 보도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 트럼프는 결코 ‘예스’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그 경우 핵무장국가로서 북한의 위상만 높아지고 동아시아의 미 동맹국들이 안보위협에 노출돼 그만큼 위험만 가중된다고 경고하고 나섰던 것이다.


결국 ‘미션 임파서블’은 ‘임파서블로’ 끝났다. 나름 상당히 노력을 했다. 근본에 있어서는 북한이, 중국이, 또 러시아가 원하는 단계적 비핵화 방안인 ‘스몰 딜’과 다를 게 없다. 그걸 문재인 정부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이란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해 ‘세일’을 시도했다. 그런데 그만 실패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굿 이너프 딜’보다는 ‘올바른 딜(right deal)’을 해야 한다는 일침과 함께 트럼프는 문 대통령 면전에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에 분명한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 이와 동시에 대북제재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히고 더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수도 있다는 부연까지 했다.

그뿐이 아니다. 트럼프는 5월과 6월 두 차례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한국방문 초청에 사실상 ‘노우’를 한 것이다.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프로토콜에서도 수모에 가까운 외교적 무례를 당했다’- 이것이 4월11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가 받아든 참담한 성적표다.

결과를 놓고 보면 도대체 왜 미국에 갔는지 의아할 정도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원군인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조차 워싱턴회담을 ‘어두운 결과’를 가져온 ‘노 딜’이란 평가를 내렸을까.

여기서 새삼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뻔히 예기되는 사태다. 그런데 왜 문재인 정부는 그런 어이없는 무리수를 감행했을까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3가지는 경제, 안보, 그리고 국민적 통합이다.” 다른 사람이 아니다. 문 대통령 본인이 한 말이다. 경제는 그런데 엉망이다. 안보는 그러면. 성공적이란 생각이 아니었을까. 적어도 2019년 2월28일 이전까지는. ‘김정은에 올인’. 이것이 요약된 문재인 정부 안보정책의 알파와 오메가다. 그 정책이 거의 성공하는 것 같았다. 하노이회담 결렬과 함께 그러나 미몽(迷夢)으로 드러났다. “이후 청와대, 외교부 등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은 멘탈 붕괴 상태에 빠졌다.” 한 국내 관측통의 전언이다.

만사가 형통할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북한 정책에 ‘플랜 B’ 같은 것도 없다. 김정은 카드가 또 그렇다. 문재인 정권의 운명과 직결돼 있다고 할까. 그러니 하노이회담 결렬이 가져다 준 충격과 당황은 더 더욱 클 수밖에.


멘탈 붕괴 상태는 비현실적 정책제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정은은 핵 포기의사가 없다. 하노이회담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그런데도 바로 그 직후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재개를 언급하고 나선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전문성은 안 보인다. 북한에 편향되어도 보통 편향된 게 아니다. ‘김정은의 행동대장’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기본상식이 결여돼 있고 도덕성도 의심이 든다. 그런 사람을 통일부장관에 임명한 것도 그렇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인사다. 그러니….

바깥에서 보기에는 분명히 길을 잃었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정책은. 패닉 상태에 있는 인사이더들에게는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일종의 확증편향성에 사로 잡혀있다고 할까. 그 증세가 멘탈 붕괴와 함께 중증으로 굳어지면서 ‘김정은 올인’에 더욱 집착하고 있다고 할까.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워싱턴정상회담 외교참사가 아닐까하는 것이다. 문제는 일회성의 외교적 실패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데 있다. “워싱턴정상회담 실패는 문 대통령에게 미국으로도, 김정은으로부터도 외면당하는 2중 족쇄가 되어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 시킬 것이다.” 아시아타임스의 진단이다.

지지율이 빠진다. 그것도 급속히. 그 지지율 만회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들고 나온 것이 적폐 청산이다. 통합이라는 이름하에. 그 적폐 프레임은 ‘우리’와 ‘없애야 할 적’으로 편을 가른다. 그 모양새가 과거 60년대 중국의 문화혁명 때 홍위병을 동원한 ‘조반(造反)’과 매우 닮았다. 국민을 청산해야할 친일세력과 민족양심세력으로 나누는 것도 모자라 촛불세력과 적폐세력으로 나눈다. 온 미디어를 동원해 선동의 언어, 증오의 언어를 구사하면서 대립과 갈등을 극대화하는 거다.

거기다가 ‘김정은 카드’를 접목시킨다. 남북경협만이 한반도평화의 길이라는 주창과 함께 동맹의 가치보다는 ‘우리민족끼리’를 앞세운다. 그 반사적 결과는 무엇일까. 반외세, 반미주의정서확산이다. 바로 이점이 워싱턴이 보이고 있는 우려다.

<옥세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