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종차별 없는 나라

2019-04-13 (토)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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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중순부터 4월초까지 대부분의 대학 합격자 통보 회오리바람이 지나갔다. 갈수록 아이비리그의 문은 좁아지고 있는데 주위에서 자녀가, 손자가 명문대에 입학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한 명은 본인이 가고 싶어 했고 에세이도 가장 열심히 쓴 코넬대에 입학했고, 또 한 명은 평소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아 작년 6월12일 싱가폴 제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즈음 중국과 북한의 경계인 단동까지 가본 뒤 북한 인권을 주제로 쓴 에세이로 당당히 조지타운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그런데 이 학생이 대학원서 접수 후에 동문 면접관과의 인터뷰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한다. “한국인이지, 개고길 먹는다며?” 하는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이 학생은 미국에서 태어나 필라 지역에 살면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사립학교를 다녔고 아이스하키 선수를 한 코리안 아메리칸이다. 그런데 이 미국인은 한국인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하여 무례한 질문을 했다. 물론 학생은 학교의 카운슬러와 의논하여 이에 대한 리포트를 썼다. 학생의 내적 가치 발견이나 잠재력, 성장성 이전에 인종차별을 하는 이 동문은 아마 다시는 지원자 인터뷰를 하지 못할 것이다.


런던 토트넘 소속으로 유럽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축구선수 손흥민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저 역시 잉글랜드에서 뛰며 인종차별 당했어요.” 하고 말했다. 손흥민과 동양적 외모를 지닌 선수에게 조롱 발언을 한 사람은 경기장에서 추방당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를 순서대로 알아보는 통계는 수시로 나온다. 예전에는 브루나이 왕국, 부탄이더니 최근에는 핀란드가 행복한 나라라고 한다. 그런데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 순서는 별로 통계가 없다.

최근 유튜브에 ‘인종차별이 심한 8대 나라’가 선정되어 있었다. 한국이 바로 8위, 국민 32%가 타민족을 이해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7번째는 인도네시아로 31% 이상이 타민족과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6위는 베트남으로 인구 33% 이상이 인종차별을 한다. 5위는 이란, 4위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들 나라는 40%가 인종차별주의자다.
3위는 이집트, 42%가 인종 편견이 심하며 2위는 인도로 43.5%가 인종차별을 한다.

그리고 영광스럽게도 인종차별 1위는 요르단이다. 약 650만 인구 중 50%가 인종차별을 한다는데 문화유적이 많다보니 자국민 외에는 별 관심이 없다. 미국과 북한은 인종차별이나 인권 문제 통계에 오르지 않은 것을 보니 이 조사도 신빙성이 별로 크지 않다.
스웨덴의 경제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앵글로색슨 족 국가와 북유럽, 라틴아메리칸 국가들이 인종차별에 관대한 태도를 보여준다. 인도, 요르단은 여기서도 인종차별 지수가 가장 높다. 아시아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전통적으로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살던 국가들이 인종차별이 심했다. 한국인 3분의 1이상이 다른 인종과 이웃에 살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보통 아시안 아메리칸은 공부를 잘하고 여러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만 그만큼 타민족으로부터 질시의 대상이 된다. 다행인 것은 ‘참는 것이 능사’인 이민 1세와 달리 후손들은 인종 혐오 공격을 당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힘을 모아 대항한다. 지난 2017년 11월 뉴저지 버겐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스페인 교사의 한국인 비하 발언에 한인 및 소수민족 단체, 정치인까지 한 목소리로 항의했고 교사는 교단에서 퇴출당했다.

‘인종차별 없는 나라’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결코 없다. 또 앞으로 살아가는 한 인권이나 인종차별 문제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하는 것이 우선이고 인종차별 당하는 사람은 지켜주고 보호해주어야겠다.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으로서 이 세상을 살고 있다.”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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