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쿨버스 집’에서 사는 마이너리거의 고단한 삶

2019-03-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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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탬파베이 마이너리그 불펜투수 잭 래보스키 스토리 화제

▶ 여자친구와 함께 생활하기 위해 스쿨버스를 집으로 개조

‘스쿨버스 집’에서 사는 마이너리거의 고단한 삶

집으로 개조하기 위해 구입한 중고 스쿨버스 앞에 선 잭 래보스키-매디 하이엇 커플. [AP]

‘스쿨버스 집’에서 사는 마이너리거의 고단한 삶

살림집으로 개조된 버스 내부의 모습. [AP]


은 대부분 버스를 타는 삶을 벗어나는 것이 꿈이고 목표다. 하지만 지난해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22라운드에 탬파베이 레이스에 지명된 불펜투수 잭 래보스키(22)는 거꾸로 아예 올해부터 버스를 집으로 삼기로 결정했다.

명문 듀크대 출신으로 지난해 탬파베이에 입단하면서 고단한 마이너리거의 삶을 시작한 래보스키는 여자친구 매디 하이엇과 함께 올 시즌을 함께 살기 위한 집으로 옛 스쿨버스를 선택했다.

탬파베이에 입단하면서 계약금으로 3,000달러를 받은 래보스키는 지난해 마지막 2달 반 동안을 뉴욕주에 있는 싱글A팀 헛슨밸리에서 보냈다. 한 달 월급이 1,100달러에 불과한 탓에 비용 절약을 위해 그는 호스트 패밀리에 의지해 살았고 하이엇은 잠시 캘리포니아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로 인해 몇 개월간 떨어져 살아야했던 이들은 올해 래보스키가 어디로 가든지 하이엇도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래보스키는 계약금을 포함해도 지난해 수입이 5,000달러에 불과했고, 퍼듀대 온라인 코스로 교육심리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하이엇 역시 안정된 수입이 없었다. 래보스키는 “첫 오프시즌이 돼서야 ‘난 완전히 빈털터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RV를 구입할까 생각했으나 수만달러에 달하는 가격 때문에 포기했고 인터넷을 통해 발견한 ‘스쿨리’(skoolie)라고 부르는 스쿨버스 개조 방식을 선택했다. 이들은 버지니아에서 4,000달러를 주고 1999년형 중고 스쿨버스를 사들여 노스캐롤라이나로 가져온 뒤 개조작업을 시작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모든 작업은 이들이 직접 했다. 버스 내부 의자들을 뜯어내고 벽에 단열재를 설치했고 전기 배선과 수도관 설치 후 냉난방 시스템과 싱크대 및 스토브도 설치했다.

침대와 화장실, 샤워도 갖췄다. 외부 페인트는 흰색으로 했는데 그 이유는 흰색 페인트가 가장 쌌기 때문이다. 모든 과정은 ‘The Great Bus Adventure’라는 인스타그램 어카운트를 통해 기록됐다. 버스는 2월말 스프링 트레이닝캠프로 떠날 시점에 맞춰 완성됐는데 총 비용은 구입비 4,000달러를 포함, 1만3,000달러 정도로 집계됐다.

이 ‘스쿨리’는 이제 스프링캠프가 끝나 래보스키가 어느 마이너리그에 배정되느냐가 결정되면 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래보스키는 켄터키 보울링그린에 있는 싱글A팀으로 배정받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 지역의 트레일러팍 사용료가 다른 지역에 비해 싸기 때문이다. 하이엇은 시즌 중에는 주로 한 곳에 머물며 파트타임 잡을 구하고, 또 그 자신의 훈련도 계속할 예정이다. 대학시절 육상선수였던 하이엇은 마라토너가 돼 다음달 15일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들의 스토리는 창의성이 돋보이지만, 어느 한 곳에도 마음놓고 정착할 수 없는 떠돌이 마이너리거의 고단한 삶의 단편을 보여주고 있다. 하이엇은 AP통신 인터뷰에서 “래보스키가 신인 지명을 받고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과정을 보면서 이 생활에서 계획이란 불필요하다는 점을 배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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