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0대 미 중년여성들 다시 취업전선

2019-03-26 (화)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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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어나는 황혼 이혼 팍팍한 살림살이

▶ 대부분 저임금 직종

50대 미 중년여성들 다시 취업전선

팍팍한 살림살이로 인해 재취업에 나서는 미국 중년 여성들이 급증하고 있다. 샘스클럽 한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의 모습. [AP]

#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에리카 헤르난데즈(54)는 2년 전 두 아이를 대학에 보낸 후 재취업에 나서 교사노조의 행정보조직 자리를 얻었다. 19년만에 다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헤르난데즈는 “남편이 그 동안 혼자서 경제적인 부담을 져왔다”며 “지금은 그 짐을 나눠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년 여성들이 대거 노동시장에 나서면서 55세 이상 여성의 재취업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혼 이혼의 증가와 함께 팍팍한 살림살이가 중년 여성 재취업의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미국 경제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USA투데이가 25일 보도했다.


연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전선에 뛰어든 55세 이상의 중년 여성들의 수는 모두 1,740만명으로, 2017년에 비해 4.2%나 급증했다. 이는 전체 여성 취업률 증가분인 1.8%를 훨씬 상회하고 있는 수치일 뿐 아니라 동일 연령대 중년 남성의 취업 증가율 3.3% 보다 앞선 수치다. 취업전선으로 55세 이상 중년 여성들이 나서면서 취업 인구분포도에서도 34.3%를 차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임금 노동자로 나선 중년 여성들이 급증했다는 반증이다.

미국 내 중년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몰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직장을 그만둔 대부분의 중년 여성들이 자녀들이 성인이 되자 자녀 양육 부담을 덜면서 부족한 가계 수입을 벌충하려는 목적으로 취업전선에 나서게 된 것이다.

여기에 3.8%라는 거의 반세기만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실업률과 1월에만 760만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중년 여성의 재취업 급증의 토대가 되고 있다.

중년 여성들의 재취업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데는 황혼 이혼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혼 합의금만으로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취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5년 55세 이상 중년 부부의 이혼율은 1,000쌍 당 10쌍 정도로 1990년에 비해 2배나 급증했다. 이 같은 황혼 이혼율 상승에는 시대적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 이혼을 고려하고 있던 많은 부부들이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이혼을 미뤄 왔던 것. 중년이 된 현재 호조세에 있는 미국 경제와 탄탄한 노동시장 덕분에 일자리가 늘어나자 이혼을 실행에 옮기는 중년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재취업에 나선 중년 여성들의 앞길에는 ‘장밋빛 미래’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자녀 양육과 가정 살림으로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년 동안 직장 경력과 단절로 인해 과거 경력에 비해 저급한 직종에 종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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