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마켓도 멤버십카드 있나? 있으나 마나!

2019-03-25 (월)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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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포인트 적립식, 비회원이라고 차별 없어

▶ 활용도 낮아 ‘유명무실’ “한인들 정서에 안 맞고

한인마켓도 멤버십카드 있나? 있으나 마나!

대부분의 한인마켓들이 멤버십카드제도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다 보니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음.

“어, 회원카드가 있었어요? 몰랐네요.”

“회원카드 없어도 세일 가격으로 다 사는데 뭐가 필요해요?”

타운 내 한인마켓에서 만난 한인들의 말에서 홀대 받고 있는 멤버십카드(회원카드)제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구매 금액에 따른 포인트 적립식이 대부분이다 보니 멤버십카드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는 데다가 멤버십카드 소지자와 미소지자 사이에 구분도 없어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인타운 내 한인마켓 중 일부 마켓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마켓들이 멤버십카드제를 실시하고 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회원카드를 운영해 오고 있는 한인마켓들이다.

한인마켓의 멤버십카드 대부분은 적립식 멤버십카드제를 실시하고 있다. 카드 소지 고객에게는 구입 금액 1달러 당 정해진 포인트가 적립되고 일정한 포인트에 도달하면 마켓 내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교환해 주는 방식이다. 어느 마켓의 경우는 술과 담배 구매 금액과 할인 가격으로 판매되는 세일 품목은 적립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한인마켓이 적립식 멤버십카드를 도입할 당시에는 주류 마켓에서 사용하는 멤버십카드제를 한인마켓에서 접할 수 있다는 신기함과 포인트 적립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때 인기를 끌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도입할 당시 그때뿐이었다. 무엇보다 도입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2000년대 초반에 적립식 멤버십카드제를 도입했던 한인마켓의 경우 10년 넘게 똑 같은 적립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한인 고객을 위한 마켓 관리 환경 조성을 위한 투자에 인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멤버십카드를 소지한 고객이라고 해도 특별한 가격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서 자연스럽게 멤버십카드 활용도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 한인 주부는 “미국 마켓에서는 멤버십카드가 없으면 세일 혜택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멤버십카드를 자동차 키와 함께 들고 다니지만 한인마켓을 갈 때는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인마켓에서는 멤버십카드가 없어도 세일 품목의 할인 가격이 모든 고객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다 보니 굳이 멤버십카드가 있어도 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회원과 비회원을 나눠 차별 가격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한인 정서상 맞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멤버십카드제를 도입하지 않은 한 한인마켓 관계자는 “멤버십카드가 없는 고객에게 세일 품목을 레귤러 가격을 받는 것은 공평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멤버십카드 사용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마켓의 경우 멤버십카드 소지자에 대해 별도의 차등 가격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통 세일 품목 이외에 매장별로 특정 제품에 대해 멤버십카드 소지자에게만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 마켓 관계자는 “한인마켓 중 멤버십카드제를 잘 운영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주류 마켓을 따라가려면 시스템 구축과 상시 인력 확보 등 적잖은 비용이 수반돼 선뜻 투자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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