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방탄소년단(BTS)과 상표의 효력 범위

2019-03-22 (금) 하윤 케인 변호사
작게 크게
방탄소년단은 7명으로 이루어진 한국 아이돌 그룹이다.

청소년들이 받는 억압과 편견을 노래로 막아주겠다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케이팝 열풍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LA의 카페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듣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브랜드 파워는 음반 판매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티셔츠, 야광봉 등 방탄소년단 로고가 붙은 제품은 종류를 가릴 것 없이 불티나게 팔린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브랜드 관리의 일환으로 세계 각국에서 그룹 관련 이름과 로고의 상표 등록을 진행했다.


미국에 등록되었거나 진행 중인 방탄소년단 상표는 열 개가 넘는다. 방탄소년단은 하나의 음악그룹일 뿐인데 왜 이렇게 많은 상표가 필요한 것일까?

상표 등록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특정 이름을 사용할 권리를 준다. 하나의 브랜드라 할지라도 여러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상표 등록을 여러번 신청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영문명 BTS를 기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소유로 16류의 포스터나 브로마이드, 18류 애견 의류, 파우치, 우산, 28류 장난감과 스포츠 용품, 음악 서비스와 관련된 35류와 38류 등에 등록을 진행 중이다.

방탄소년단이 BTS 브랜드로 제공하는 상품이 음악만이 아닌 멤버들의 개인 컨텐츠와 티셔츠 등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각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모두 상표 등록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룹 이름 뿐 아니라 문을 형상화한 BTS 로고, 팬클럽 ARMY에 대한 권리도 획득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 상표 등록이 완료되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미국에서 신청서에 기재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BTS라는 이름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한을 가진다.

이는 타인이 BTS라는 이름으로 방탄소년단의 제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상표권 침해로 경고장을 보내거나 소송을 걸 수도 있다는 의미다.

BTS뿐 아니라 BIS, PTS 등 BTS와 비슷한 이름으로 비슷한 상품을 제공한 경우에도 BTS의 상표권을 침해할 수 있다. 상표권을 갖게 되면 100% 동일한 이름 뿐 아니라 비슷한 브랜드명에 대해서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BTS라는 이름에 대해 무한한 권리를 갖는 것은 아니다.
상표 등록시 기재한 제품이나 서비스와 연관성이 적은 제품이라면 동일하거나 비슷한 이름일지라도 제재를 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소비자가 혼동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농업 관련 회사가 BTS라는 비료를 판다면 BTS가 상표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 법률적으로 BTS가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밝힌 음반이나 티셔츠, 브로마이드 등의 제품과 비료가 연관성이 낮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상업적으로도 BTS가 비료 판매에 진출하는 것은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의 행보가 아니다. 물론 해당 비료 회사가 제품에 방탄소년단과의 연결을 암시하는 동일한 글씨체, 로고, 멤버의 사진 등을 포장지에 프린트한다면 상표침해에 해당한다.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꾸준히 성장하고 미국에서 누구나 알만큼 유명해질 경우에는, 비료 회사라 할지라도 BTS라는 이름을 쓰기 어려울 수 있다. 누구나 BTS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수 방탄소년단을 떠올리기 때문에 어떤 제품을 BTS라는 이름으로 팔아도 소비자들이 방탄소년단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생 기업들이 스타벅스, 맥도널드, 코카콜라 등 유명한 이름을 제품에 사용해선 안되는 이유다. 현재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보면 곧 BTS도 이들 저명한 상표의 위치에 오를 것 같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함께 소속사를 옮기게 된다면, 그 그룹은 여전히 방탄소년단일까?

대중에게 방탄소년단이란 일곱 멤버들이 시너지를 내는 그룹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소속사를 옮기는 경우 일곱명이 이루는 그룹을 더 이상 방탄소년단이라고 부를 수 없을 수도 있다. BTS의 상표 소유자가 현재 기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에 그룹 이름을 사용할 권리는 현 소속사에만 있다. 기획사를 바꾼 가수가 기존 그룹 이름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상표에 대한 이해관계 때문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좋은 음악을 만들기를 바란다.

www.hayoonkanelawfirm.com

<하윤 케인 변호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