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 ‘자산 디플레의 덫’에 빠지나

2019-03-22 (금)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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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산 디플레의 덫’에 빠지나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심각한 상태로 터질 경우 중국 경 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CICC제공]

중국의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우려로 중국 부동산 시장의 냉각이 가속화하면서 중국발 자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수요가 급감하면서 중국 아파트의 공실률은 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멍구의 공실률은 70%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미국의 공실률이 10%였고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 붕괴 후 일본의 공실률도 13% 수준이었다는 점을 들어 중국 부동산시장의 위기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 경우 이미 감속에 들어간 중국 경제에 한층 더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청이 발표한 올 1~2월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투자 증가율은 지난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판매는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1~2월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11.6% 증가해 지난해 전체 증가율에 비하면 2.1%포인트 확대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프라 투자와 토지 취득 비용으로 인한 통계 왜곡의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 수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부동산 투자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판매 수치가 감소했다는 데 주목했다. 올 1~2월 부동산 판매 면적은 3.6%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4.1% 증가하고 지난해 연간으로도 1.3% 성장을 유지한 것을 고려할 때 이는 부동산 시장의 냉각 우려를 불러일으킬 만하다는 분석이다.

신축 공사 착공도 둔화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2월 신축 공사 착공은 6% 증가에 그쳤는데 이는 지난해 12월의 20.5% 증가에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은 “투기적 투자 억제 등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최근 몇 달간 시장의 피로감이 더욱 커졌다”며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의 조치에도 중국 주요 70개 도시의 신축주택 가격은 4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 1~2월 신축주택 가격 지표를 보면 중국 정부가 가격 상승을 틀어막은 베이징 등 1~2선 도시는 보합세를 이뤘지만 3선 도시인 지방도시의 가격은 뛰어올랐다.

문제는 이처럼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순간 중국 경기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상에는 최근 부동산 시가총액이 약 65조달러로 증시의 10배를 넘어섰다는 추정치가 나돌고 있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시장에서는 이 수치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30조~40조달러라는 추정치도 제시되지만 이 역시 적은 규모가 아니다.
왕이펑 중국민생은행 금융센터 이사는 “중국의 주택 버블은 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rice to Income Ratio·PIR)로 판단하면 1990년대에 파열한 일본의 버블 붕괴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의 PIR은 9.3배 수준으로 미국·일본 등에 비교하면 2배가량 높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에 따르면 올해 중국 전역의 부동산 판매는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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