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참사 속에 빛난 젊은 여성총리 지도력

2019-03-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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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38세 아던 총리, 히잡 쓰고 피해자들 위로

▶ 세계 언론·정계 칭찬 봇물

참사 속에 빛난 젊은 여성총리 지도력

지난 17일 히잡을 쓰고 무슬림 여성을 위로하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AP]

뉴질랜드가 유례없는 테러로 큰 슬픔에 빠진 가운데 38세의 젊은 여성 총리의 지도력이 뉴질랜드 안팎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50명 사망이라는 대참사 후 보인 그의 위기 대처 능력에 세계 주요 언론, 각국 정치인은 물론 이슬람권의 인사들도 칭찬을 쏟아내고 있다.

19일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2017년 10월 취임해 이제 약 16개월을 재임했다.

아던 총리는 취임 당시 젊고, 여성이며, 진보적이라는 이유로 당시 포퓰리스트들이 득세하는 세계에서 환영을 받았다. 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척점에 선 젊은 기대주로도 주목을 받았다.


취임 후 행보도 기존 정치인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현직 총리로는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에 이어 두 번째로 임신을 했고,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는 3개월 된 딸을 안고 참석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덩달아 시사 주간지 타임으로부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국내에서는 많은 시험대와 시련에 직면해 있다. 사실 그는 취임 전 정부 내 직책을 맡은 일이 없는, 총리직 획득 자체가 급작스럽게 이뤄진 사실상 ‘벼락 총리’다.

그는 2017년 8월 초 총선을 채 2개월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예정에 없던 당 대표직을 떠 안았다. 소속당 노동당의 대표가 당 지지율이 여당의 절반에 그치는 부진을 면치 못한 데 책임을 지고 전격 사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변화’를 무기로 ‘저신다매니아’(Jacindamania) 층을 형성할 정도로 단기간에 정치 지형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그가 이끄는 노동당은 결국 여당 국민당에 이어 제2당에 그쳤으나, 그는 과반 획득 정당이 없는 상태에서 선거 후 1개월여에 걸쳐 군소정당을 모아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정치력을 발휘했고, 총리직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테러전만 하더라도 그는 경제 대처 능력에 대해 비판을 받았고 핵심공약인 주택정책도 관료주의적 실책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겉만 그럴듯하고 실속이 없다는 비난에 휩싸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뉴질랜드의 비극은 역설적으로 아던 총리의 지도력을 국내외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번 공격에 대해 신속하게 ‘테러’로 규정하고는 이번 공격이 무슬림 이민과 연관성이 있다는 호주 한 의원의 평가에 단호하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일소에 부쳤다. 테러 다음 날 현지를 방문했을 때는 난민 및 무슬림 공동체도 찾았다. 히잡을 쓴 검정색 옷차림의 아던 총리는 금세 눈물이라도 쏟을 듯 나라 전체가 “슬픔에 빠져 있다”고 위로했다.

그는 또 희생자 전원의 장례비를 지원하고 유족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곧 총기 규제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에 다른 나라 정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행보였다며 높은 평가가 쏟아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던 총리가 “공감과 사랑, 진실성을 통해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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