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자의 골반통’ 만성전립선염

2019-03-18 (월)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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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 에세이

‘남자의 골반통’ 만성전립선염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혼자서도 할 수 있나요?”

전립선 마사지가 남성 건강에 좋고 정력도 강하게 해준다는데 스스로 해도 되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이 적지 않다. 불법 마사지 업소의 광고지를 보고 하는 얘기 같다.

남성도 여성처럼 골반통이 발생하는데 전립선염이 원인이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전립선염은 비세균성 만성전립선염인 만성골반통증후군이고 전립선 마사지는 이 질환에 사용된다.


만성전립선염은 전체 남성의 절반 이상이 평생 한 번은 증상을 겪을 정도로 남성에게는 숙명적인 병이다. 감염질환으로 분류돼 있지만 전립선 검사에서 세균이 검출되지 않고 염증도 없는 경우가 많아 환자의 증상과 상태만으로 진단한다. 보통 ‘3개월 이상 주기적으로 혹은 6개월 이상 간헐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로 정의한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골반 통증이다. 회음부(음낭과 항문 사이)에 통증이 주로 나타나지만 아랫배나 성기 주변, 사타구니, 엉덩이 등 다양한 부위에 나타난다.

사정통·배뇨통 등 기능성 통증을 보이기도 한다. 매우 심하게 아프기도 하지만 불쾌감이나 묵직함, 간지러운 느낌만을 주기도 한다. 갑자기 아팠다가 감쪽같이 사라지거나 불편한 느낌이 몇 주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소변을 볼 때 불편함과 발기력 감퇴, 사정장애 등 성기능 문제도 함께 발생한다.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곤혹스러운 만성골반통증후군이지만 발병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추정 위험요인은 과음, 흡연, 과로,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다.

오랜 시간 앉아 있는 사무직이나 운전기사, 회음부가 압박 받는 오토바이·자전거를 많이 타는 직업군에서 위험도가 높다. 30~40대 연령층에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20대에서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50~60대에서는 전립선비대증에 동반해 만성골반통증후군 증상을 보인다.

‘만성전립선염이 혹시 아내에게 옮겨지지는 않을까’ ‘이러다가 암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닐까’ ‘완치는 가능한 걸까’ 등은 수차례 재발하고 오래 앓아온 환자들이 흔히 갖는 궁금함이다.

감염질환으로 분류돼 있지만 세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만성전립선염은 성병·요도염과 달리 전염 위험성은 없다. 잘못된 생활습관이 세 질환 모두의 공통된 위험요인이지만 만성전립선염이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암으로 진행된다는 근거는 없다.


만성골반통증후군의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골반 기능의 회복과 증상의 완화다. 약물요법과 물리치료를 병행하고 잘못된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과로·과음·스트레스를 피하고 담배는 끊어야 한다. 오래 앉아 있거나 운전을 하는 경우 1시간에 2분 정도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통증이 있는 부위에는 따끈한 찜질이 도움이 된다.

정력을 증진시켜 준다며 전립선 마사지를 빙자한 유사 성행위가 은밀하게 성행한 적이 있다. 실제로는 전립선이 아닌 성기와 사타구니 마사지로 추정되는데 의학적 효과도 없을뿐더러 잘못하면 고환이 손상 받을 수 있다.

전립선 마사지는 비뇨기과에서 시행하는 전문 의료시술로 전립선 도관의 배출 및 혈액순환을 돕고 항균제의 투과성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과거에는 주 1~2회 정기적으로 시행했으나 최근에는 효과적인 약제들도 많고 자기장 치료나 온열 치료 등으로 대체되면서 많이 시행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S자 형태로 된 자가 마사지 기구가 판매되고 있지만 도구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정확하게 하는 것은 어렵다.

전립선을 마사지한다고 정력·성기능이 강화된다는 의학적 근거도 없고 실제 효과도 전혀 없다. 오히려 잘못하면 전립선을 심하게 자극하거나 요도·직장을 손상시킬 위험성이 있다.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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