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늘고 있는 빈집

2019-03-15 (금)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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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고 있는 빈집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전국에 빈집이 100만가구를 넘어섰다고 한다.

지역별로 보면 경상북도 10만8,000가구, 전라남도 10만3,000가구, 경상남도 9만9,000가구로 충청 이남 지역이 특히 심각하다. 문제 발생 이유가 지방과는 좀 다르지만 서울에도 10만여가구의 빈집이 있다. 주변에 보면 집 없는 사람은 널려 있는데 선뜻 체감되지 않는 숫자라 당혹스럽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전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이렇다.

지역별로 이유는 다양하지만 빈집 문제의 근본은 도시 쇠퇴와 인구정체다. 도시문제의 상당수, 특히 안 좋은 문제들을 우리보다 앞서 체감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2015년 전체 주택 수의 13% 정도가 빈집이었고 이후에도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같은 해에 그 절반 정도인 6%였다고 하니 빈집 문제는 이제 시작일 수도 있겠다. 인구정체가 고령화로 연결되고 이것이 결국은 도시 쇠퇴를 낳는다. 많은 선진국이 겪어온 문제인데 우리의 경우 이러한 순환 고리에 별 대책 없이 노출돼 있다가 세 가지가 동시에 다가오니 더 우려스럽다.


2016년 유엔에서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도시에 살고 있는 인구가 50%를 넘었음을 알렸고 향후에도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사실 도시 쇠퇴 문제는 지구적인 차원에서는 낯선 문제이다. 그럼에도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은 위의 세 가지를 동시에 풀어가야 하는 지극히 힘든 현실에 맞닥뜨려 있다.

해당국들은 대부분 북반구에 위치한 선진국들인데 한국은 아직 선진국인지가 불분명한데도 같은 문제에 봉착했으니 좀 억울하고(?) 혼란스럽다.

억울해도 빈집이 늘어나는 것은 현실이다. 빈집이 범죄의 온상이 되거나 화재의 원인, 혹은 불량 경관으로 이웃 집값을 하락시키는 경우도 많다. 그 외에도 빈집으로 생기는 여러 문제가 한둘이 아닌데 그동안 문제 제기는 이뤄졌지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해결에 나서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몇몇 지자체에서는 빈집을 매입해 문화공간이나 동네 사랑방으로 활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늘어나는 빈집 물량을 감안하면 한계가 있다.

빈집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리모델링하거나 빈집을 필요로 하는 개인과 기관에 연결해주고 처리하는 것은 결국 공공이 주도해야 할 일로 보인다.

가뜩이나 여러 세대, 여러 계층이 각기 다른 주택문제로 어렵고 함께 나눠 쓰는 커뮤니티 시설의 지속적인 빈곤에 시달리는 우리 사회에 빈집은 여러 가능성을 갖고 있는 자원임에 틀림없다.

동시에 빈집을 줄이고 잘 쓰는 일이야말로 도시 쇠퇴를 극복하고 보다 생산적인 도시재생의 길로 갈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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