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원전 폐기의 어리석음

2019-03-12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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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의 중심인 핵을 분열시키면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낸 사람은 어니스트 러더포드다. 훗날 레오 스질라드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이때 방출된 중성자가 다른 원자의 핵을 깨고 그 핵에서 나온 중성자가 다시 다른 원자핵을 깨는 연쇄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원자력 발전이 처음 이뤄진 것은 1951년이지만 상용화된 것은 1970년대 들어서다. 70년대 두 차례의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값싸고 깨끗한 청정에너지로 각광받던 원자력 발전은 1979년 펜실베니아 스리 마일 아일랜드에서 방사능 유출사고가 발생하면서 된 서리를 맞기 시작한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음에도 때마침 불기 시작한 반전 반핵 바람과 맞물려 한동안 미국에서는 핵 발전이 중단되고 120개에 달하던 원자로 건설이 취소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핵 발전의 위험을 세인들의 머리에 각인시킨 것은 1986년 터진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다. 이로 인해 인근 주민 46명이 죽고 일대는 폐허로 변했다. 그러나 체르노빌에서 쓰인 원자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안전도와 성능이 개선된 원자로가 속속 등장하면서 2000년대 들어 원자력 발전은 새롭게 활기를 찾는 듯했다.


그러다 이번에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1,6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이중 방사능에 노출돼 죽은 사람은 하나뿐이고 대다수는 요양원에 있던 노인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죽은 것으로 밝혀졌다. 어쨌든 연이어 터진 핵 발전 참사로 많은 사람들은 원자력 발전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원자로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요즘 문재인 대통령이 실천 중인 탈원전 정책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환경 보호론자들은 원자력 발전을 당장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사람이 하는 일에 완전한 선이나 악은 별로 없다. 원자력 발전에 대형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고 그로 인한 장점도 많다.

사람들은 후쿠시마는 알지만 그 옆에 있는 오나가와는 잘 모른다. 70년대식 구식 원자로와 옛날 기법으로 지어진 후쿠시마와는 달리 첨단기법으로 안전장치를 강화한 오나가와 원자력 발전소는 초대형 지진과 쓰나미에도 끄떡없었다. 지진이 나자 인근 주민들은 오히려 이 발전소로 대피했다. 이곳만큼 안전한 곳은 없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핵 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배출이 거의 없고 단가가 싸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 방지에 앞장서고 있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은 원자력 발전을 태양열이나 풍력 발전 같은 청정에너지로 분류해 놓고 있으며 70년대 원자력 발전이 보편화된 이래 이로 인한 공해물질 배출 감소로 184만 명이 목숨을 구하고 640억 톤의 이산화탄소 방출을 막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의 안전도가 확인되면서 미국은 2012년 30년 만에 처음 2기의 원자로 건설을 승인했으며 일본도 2015년 안전점검을 거쳐 그동안 중단됐던 원자로를 재가동했다. 프랑스는 전력의 75%를 원전으로 생산한다.

지금 한국은 전례 없는 미세 먼지로 고통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2015년 현재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중국은 앞으로 수백기의 석탄 발전소를 더 짓는다고 한다. 지금 화석연료를 대체할 현실적 발전 대안은 원자력뿐이다. 자신은 원전을 폐기한다면서 중국에 석탄 발전소를 짓지 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거기다 원전 시장은 향후 600조 원으로 추산되는 블루 오션이다. 한국이 최고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이 분야에서 철수한다면 이는 스스로 제 밥그릇을 차는 어리석은 일이다. 지난 번 체코에 가서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선전하며 수출에 열을 올려놓고 국내에서 이를 금지한다면 국제적 놀림감이 될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 지금 북한 핵무기의 위협에 놓여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차 독자적으로 방어 차원에서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원자력 생태계를 지금 파괴한다면 이는 스스로 자기 손발을 묶는 일이나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 70%가 반대하는 원전폐기 정책을 지금이라도 재고하기 바란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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