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박성현(26)이 처음 나선 필리핀여자프로골프투어 대회에서 예상대로 정상에 올랐다.

박성현은 8일 필리핀 마닐라 근교 라구나의 더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필리핀투어 겸 대만여자프로골프투어 더 컨트리클럽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만달러) 최종 3라운드에서 2타를 잃었지만 최종합계 7언더파 209타로 우승했다. 지난 3일 LPGA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닷새 만에 우승을 추가한 박성현은 LPGA투어 6승과 한국투어 10승을 포함해 통산 17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또 마침 이날은 박성현의 어머니 이금자 씨의 생일이어서 박성현은 “어머님께 멋진 생신 선물을 드려서 기쁘다”고 말했고 이 씨는 “매일 큰 선물을 주는 딸”이라며 기뻐했다.

4타차 리드를 안고 최종 라운드에 나섰지만 우승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까다로운 핀 위치와 강한 바람 속에 샷 난조와 퍼트 부진으로 고전했다. 박성현은 이날 2차례 3퍼트를 포함해 무려 36개의 퍼트를 했다.

박성현은 “첫날부터 그린에서 고생했다. 라인 파악도 안되고 스피드 적응도 어려웠다. 2라운드 때 좀 적응하나 했더니 오늘은 더 안됐다”고 말했다.

버디 1개에 보기 3개를 쏟아낸 박성현은 필리핀 골프 천재 소녀 유카 사소(17)에 15번 홀에서 1타차까지 쫓겼으나 사소가 17번 홀(파4)에서 티샷을 물에 빠트리며 한꺼번에 2타를 잃은 덕에 3타차 리드를 되찾아 승리를 확정지었다. 하지만 사소는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뽑아내 2타차까지 추격하며 홈팬의 갈채를 받았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휩쓴 사소는 세계랭킹 1위 박성현과 사흘 동안 동반 플레이를 펼치며 2타차 준우승(211타)을 거둬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성현은 “왠지 나하고 비슷한 선수 같다”면서 “정말 좋은 경기였다고 칭찬해줬다”고 덧붙였다.

박성현은 우승 상금 1만7,500달러를 필리핀 자선단체 차일드 프로텍션 네트워크에 전액 기부했다. 박성현은 “대회를 열어준 필리핀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성현은 경기도 김포 집으로 돌아가 1주일 가량 휴식을 취한 뒤 미국에 와 오는 22일 개막하는 LPGA투어 파운더스컵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