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軍‘댓글공작’ 김관진, 징역 2년6개월… “헌법 가치 침해”

2019-02-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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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사 정치글 9천여개 지시 혐의
구속적부심 석방 등 고려 구속 안해

▶ “군의 정치 중립의무 정면으로 위배”
“적법한 사이버심리전 명백히 아냐”
임관빈·김태효는 각각 금고, 벌금형

軍‘댓글공작’ 김관진, 징역 2년6개월… “헌법 가치 침해”

【서울=뉴시스】김관진 전 국가안보실 실장이 지난 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軍 댓글공작’ 관련 결심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빠져 나오고 있다. 이날 검찰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 했다.

군(軍) 사이버사령부에 '댓글공작'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관진(70) 전 국방부 장관이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법정 구속은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1일(이하 한국시간기준) 군형법상 정치관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고, 다른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발부하지는 않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임관빈(66)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김태효(52)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김 전 장관의 군형법상 정치관여 및 사이버사령부 수사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고, 사이버사령부 군무원 신규 채용에 대한 직권남용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은 대통령의 국군통수를 보좌하고 각 군을 지휘·감독할 권한과 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임 전 실장 등과 순차적으로 공모해 정치관여에 결과적으로 지시·관여했다고 인정된다"며 "이같은 행위는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의사를 왜곡함과 동시에 합리적인 정치 선택을 위한 정당 및 정치인의 자율경쟁을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국가기관이 특정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불법 개입하는 것은 어떤 명분을 대도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특히 군이 정치에 개입한 불행한 역사 경험에 대한 반성적 차원으로 1987년 6월민주항쟁 이후 군의 정치 중립의무를 명문화했는데 김 전 장관은 이를 정면으로 위반해 헌법적 가치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이 주장한 대로 북한의 대남심리전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인정된다 해도 이 사건 작전은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져 적법한 사이버심리전을 명백히 벗어난 것"이라며 "김 전 장관의 행위는 오히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를 훼손한 것으로 명분과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불법까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수사를 은폐한 혐의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은 조직적 정치관여 행위가 있다고 밝혀지면 안 된다는 식으로 지시 내지 종용해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군무원 신규 채용에서의 직권남용 혐의는 "사이버사령부의 부대원은 외부 노출이 되면 작전 수행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어 엄격한 신원 조사를 시행했다는 것만으로는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할 수 없다"면서 "특정지역 출신에 대한 배제는 당시 사령관들에 의해 구체화하고 실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 전 실장에 대한 군형법상 정치관여 혐의 역시 유죄로 판단했지만, 뇌물 혐의는 "공무에 대한 대가로 받은 금액으로 보기 어렵다"고 무죄로 판결했다. 또 김 전 기획관은 정치관여에 실질적 기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보고, 대통령기록물법위반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김 전 장관은 선고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항소할 지는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 법원을 빠져나갔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결심 공판에서 "김 전 장관 등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본건 범행을 부하에게 지시하고, 특정 응시자의 사상검증을 해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배했다"고 김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김 전 장관은 최후진술을 통해 "저는 정권을 위해 일한 것이 아니고 오직 강한 군대를 만들고 튼튼한 안보를 위해 사심 없이 노력했다"며 "부하들의 지나친 과욕으로 위법한 행위가 이뤄졌다면, 그 책임은 장관이었던 저에게 있으니 부하들은 선처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은 2011년 1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사이버사령부 사령관, 부대원 등에게 온라인상에 정부·여당 지지 및 야당·야권 비난 등 정치적 의견의 글 9000여개를 게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기획관은 2012년 2월부터 같은해 7월까지 김 전 장관 등의 범행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또 김 전 장관은 2012년 6월 사이버사령부 군무원 신규 채용 과정에서 정치 성향을 검증하고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2013년 12월부터 2014년 4월 백낙종 당시 조사본부장 등에게 사이버사령부 정치관여 수사 축소를 지시해 부대원 진술을 번복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임 전 실장은 2011년 7월부터 2013년 10월 사이 사이버사령부 측으로부터 28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한편 김 전 장관은 지난 2017년 11월11일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구속적부심을 통해 같은해 11월22일 석방됐다. 김 전 장관은 법원이 구속적부심을 인용한 많지 않은 사례 중 하나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석방되자 새로운 혐의를 적용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다시 기각하면서 김 전 장관 등을 불구속기소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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