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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마켓 이젠 한국말이 안통해요”

2019-02-20 (수)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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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3대7 타인종직원이 더 많아 제품 문의 등 한인 매니저 찾아야

LA 한인마켓 한인직원 수가 급감하면서 영어가 서툰 한인 고객을 중심으로 한국말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한인마켓에서 일하는 타인종 캐시어.

“한인마켓에서 한국말 쓰기가 어려워졌어요. 매장 직원들이 대부분 타인종이다 보니 제품을 찾거나 제품 안내를 받기 위해 한인 매니저를 찾아야하니 몹시 불편하네요.”

LA 한인마켓에 히스패닉 등 타인종 직원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한인 고객들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에서 영어를 써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타인종 직원들이 한국 제품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필요할 때마다 한인 매니저나 직원을 찾아야하는 불편함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인 고객들 사이에선 한인마켓에 가서 한국말을 쓸 일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9일 한인마켓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인타운 마켓의 한인 직원과 타인종 직원의 비율은 대략 4대6 정도로 타인종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3년 전부터 타인종 직원이 늘기 시작해 한국 직원이 더 많았던 것에서 역전 현상이 벌이진 이후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타인종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갤러리아 마켓 올림픽점도 최근 한인 직원이 줄어드는 자리를 타인종이 채우면서 5대5 수준까지 타인종 직원 수가 늘었다.

또 다른 한인마켓의 경우 한인 직원과 타인종 직원 비율이 3대7로 타인종 직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인 직원 부족에 따른 한인 고객들의 불만도 늘고 있다.

매장 안에서 제품 위치나 제품 내용을 묻기 위해 한인 직원을 찾아 보지만 대부분 타인종 직원들이어서 만족스런 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인 매니저가 상주하고 있는 매장 입구까지 나와서 물어 보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한인 고객들의 불만이다.

한 한인은 “영어가 서툴다 보니 타인종 직원에게 묻는 일을 피하게 되고 심지어 계산대에 한인 캐시어가 있는지 먼저 살펴보고 줄을 설 정도”라며 “영어를 써야 하는 미국이지만 한인마켓에서 한국말을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한인마켓을 찾았는데 이젠 그런 혜택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인 직원들의 수가 줄어드는 현상 이면에는 마켓 일이 육체적으로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박한 임금체계와 복리후생이 거의 전무한 한인마켓의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한인마켓 대부분이 LA시 최저임금인 13달러를 간신히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 매년 추가로 임금을 인상하는 한인마켓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낮은 임금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한인들이 마켓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한인마켓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갤러리아 마켓 올림픽점 관계자는 “우리 마켓의 경우 한인 직원이 다른 마켓에 비해 많은 편”이라며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근무 조건 때문에 한인 자리를 타인종들이 채워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인 직원들이 줄어드는 것은 경제적 상황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의견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한인마켓 매니저는 “경제가 전반적으로 호황인데다 더 좋은 일자리가 많다 보니 마켓에 지원하는 한인이 거의 없어 ‘한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타인종 직원들이 늘어나는 것은 그런 점에서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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