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 17세에 1군 승격 후 5경기서 단 1분도 못 뛰어
▶ 구단에 임대이적 요청 보도도…팬들도 답답함 토로
이강인(오른쪽)이 17일 에스파뇰전에서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
“얼굴 잊어먹겠다. 벤치만 데우려고 1군에 올렸나.”
이강인(18·발렌시아)의 결장이 길어지고 있다. 1군으로 승격한 뒤 5경기 연속 ‘벤치워머’ 신세다. 17일 벌어진 에스파뇰과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 24라운드 홈경기에도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0-0으로 끝난 경기에서 끝내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강인은 지난달 12일 바야돌리드와의 경기에 교체 투입돼 라리가에 데뷔했다. 당시 만 17세 327일이던 이강인은 유럽 빅리그 무대를 밟은 한국인 최연소 선수일 뿐 아니라 발렌시아 팀에서도 최연소 리그 데뷔전을 치른 선수가 됐다.
이어 지난달 29일 헤타페와의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2골에 모두 관여하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달 공식적으로 발렌시아 1군 멤버로 등록됐다.
하지만 정작 1군이 되면서 경기 출장시간은 갑자기, 완전히 사라졌다. 곤살로 게데스, 제프리 콘도그비아 등 주전급 선수들이 잇달아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이강인의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1군 등록 후 벌어진 5경기에서 이강인은 계속 벤치만 지켰고 발렌시아는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에서 셀틱(스코틀랜드)을 2-0으로 꺾은 것을 제외하곤 나머지 4경기는 모두 비겼다.
발렌시아의 마르셀리노 토랄 감독은 최근 이강인의 출전 시간과 관련해 “이강인은 17세 선수”라며 “이강인이 지속해서 출전하긴 어렵다. 발렌시아는 이겨야 하고, 나는 팀 승리를 위해 최고의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현 시점에서 이강인은 아직 팀의 베스트11은 물론 후보투입 우선순위에서도 밀린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국 발렌시아가 지금 시점에서 이강인을 1군에 올린 것은 그를 당장 전력감으로 생각해서라기보다는 그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본 다른 구단들의 영입 공세로부터 그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로 풀이되고 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1군에 등록시키면서 그의 바이아웃 금액(이적료)을 8,000만유로로 올리는 조항을 발표시켰다. 웬만한 특급선수의 몸값과 맞먹는 액수다. 사실상 다른 팀의 영입시도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신분은 1군이지만 주전경쟁에서 밀리면서 이강인은 사실상 경기 출전의 길이 막혀버렸다. 2군 소속일 때는 1군 경기에 못 뛰면 2군 경기에 나서 실전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 것도 불가능해졌다. 훈련 외에는 계속 벤치만 지키고 있다.
이로 인해 이강인이 구단에 다른 팀 임대 이적을 요청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경기에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구단의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편 현지 팬들은 팀이 계속 답답한 플레이만 이어가는데 이강인을 계속 벤치에만 앉혀놓는 토랄 감독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발렌시아는 에스퍄놀전서도 최전방의 케빈 가메이로 쪽으로 롱볼을 연결하려는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 유효슈팅 단 1개에 그치는 졸전 끝에 허무한 0-0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발렌시아 팬들은 SNS를 통해 이강인을 1군에 올리고 단 1분도 기용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토랄 감독의 용병술을 성토하고 있다.
한편 이강인에 이어 한국선수론 여섯 번째로 라리가에 입성한 백승호(지로나)도 출전 시간이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백승호도 17일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90분 동안 벤치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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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